일주일만에 변액보험 순자산 4조원 증발
미국發 경기침체 우려에 투자심리 위축
중소형사 신계약 감소·해지율 상승 우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국내 변액보험 순자산이 일주일만에 4조원이 증발되는 등 100조원 선이 위태로워졌다. 중장기적인 성격의 변액보험 특성상 당장 손실 우려는 크지 않지만, 신계약 감소나 해지율 상승 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변액보험 펀드 순자산액은 전일 종가기준 100조971억원으로 100조원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전일 100조2818억원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지난 2일에만 해도 104조184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5일부터 102조원으로 떨어지더니 일주일도 채 되지않아 4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한달 전인 7월 8일에는 105조5638억원을 기록했었다.
변액보험 펀드 순자산이 줄어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펀드가 투자한 주식, 채권 등의 가격이 하락해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가입자들이 변액보험 계약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거나 만기로 해지해 계약자가 낸 적립금이 빠지는 경우다.
이번에는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이날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지표 여파로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빅테크(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폭락했다. 전체 변액보험 펀드의 70%가량이 국내투자형인 만큼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현재 증시는 회복하고 있지만, 커진 변동성으로 인해 변액보험 순자산액은 연달아 내려가는 모습이다. 투자심리 위축이나 해지율 상승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변액보험 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주식시장 반등에 힘입어 부진을 털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생보혐회 공시에 따르면 변액보험상품을 파는 전체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신계약 건수는 총 2만8697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69.2%(1만1749건) 크게 늘었다. 계약 후 처음 내는 초회보험료도 3835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170.8%(2419억원) 증가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증시 부진에 따라 변액보험에 대한 시장 관심이 저조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변액보험 시장도 함께 쪼그라들고 있다. 변액보험은 증시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인 만큼 신계약이나 수익률과 해지율 등에 타격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증시 부진이 지속될 경우 변액보험 신계약 유치도 쉽지 않아 순자산액이 더 감소할 수 있어 보험사에겐 부담이다. 여기에 주가가 하락하면 보험사가 쌓아야 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부담도 커진다. 판매 시점의 예정이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그 차액 만큼을 보증준비금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는 경영실적에 비용으로 반영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변액보험 중심의 경영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중소형 생보사들은 당혹감이 더욱 큰 분위기”라며 “향후 신계약 감소나, 해지율 상승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