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주식시장은 초토화 됐지만

채권은 역사적 고점, 위험회피 심리 속 자금 몰려

3년물 국고채 금리 2.8%대로, 2년4개월만 최저

美發 경기침체 공포…채권시장은 더 뜨거워진다 [머니뭐니]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주식시장은 초토화 됐지만, 채권가격은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빅컷(기준금리 0.5%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베팅 자금이 채권 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급작스레 커진 불확실성에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도 있다. 시장 방향이 고금리 시대의 종식으로 치닫으면서, 채권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3.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806%에 마감했다. 2022년 4월 1일(연 2.784%)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14일(20.7bp 하락)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878%로 9.8bp 떨어졌다. 이 또한 2022년 3월 25일(연 2.87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12월 14일(19.3bp 하락)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채권 금리의 급락은,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위험 회피 심리에 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면서 채권 값이 올랐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를 반대로 움직인다.

간밤 미국시장도 마찬가지로 움직였다. 5일(현지시간) 벤치마크 10년물 채권 수익률은 52주 최저 수준인 3.66%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반면, 주식시장은 거침없이 미끄러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무려 1033.99포인트(2.60%) 하락한 3만8703.2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0.23포인트(3.00%) 내린 5186.3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76.08포인트(3.43%) 떨어진 1만6200.08을 각각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채권시장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채권 값은 올라가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31일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이제 강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4.3%)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금리를 0.5%p이상 내리는 ‘빅 컷’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전날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9월에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18.5%, 50bp 인하 확률은 81.5%로 반영됐다. 50bp 인하 가능성이 25bp 인하 확률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다만, 채권금리가 이미 많이 떨어져 추가적인 하락이 제한된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미국 채권에서 이익을 얻을 부분이 있지만 환율 문제가 있다”며 “국내 채권금리는 이미 너무 많이 떨어져 이익실현을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실제로 고강도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증시가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면 연준의 강한 발언이 나왔어야 했는데 비교적 잠잠했다”며 “연준도 과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 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지만, 연준이 그렇게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업대출에 올인한 시중銀, 슬슬 금리 다시 올린다…건전성 '한계' 직면[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