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 의도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합한 우수 인재를 영입해 젊은 조직으로 쇄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45세 이상 및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KB손보의 희망퇴직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3년 만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조직의 역동성이 낮아지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활기 있고 역동적인 인력 구조를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시행해 임직원 200여 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임직원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메리츠화재의 희망퇴직은 9년 만이다. 이 회사는 ‘30세 이상의 직원’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한화손보가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현대해상과 흥국생명, KDB생명도 지난해 희망퇴직에 나섰다.
불경기와 실적 악화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다른 업권과 달리 보험업권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31개 손해보험사는 전년 대비 50.9% 늘어난 8조262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희망퇴직은 비용 감축이 아니라 인사 적체 해소와 조직 개편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이 30~40대 젊은 직원으로 확대된 것도 이목을 끌고 있다. 젊은 직원이라도 희망퇴직을 원하면 내보내고,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적용과 80%에 육박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으로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희망퇴직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실적이 좋은 때에 조직 개편을 통해 나중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비용 감축을 좇기보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새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며 “업계는 조직 슬림화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디지털화에 적합한 인력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