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서 백인 남성 없는 대선은 상상하기 어려워”
오바마·힐러리 러닝메이트 모두 백인 남성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 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은 모두 백인 남성이다.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은 미국 정치판에서 백인 남성은 배제될 수 없는 존재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정치 현상을 조명했다.
▶해리스 러닝메이트 후보군 풍자 밈 화제…“어차피 백인 남성”=WP는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할 민주당 부통령 후보군이 소개된 뒤 소셜미디어에 백인 남성을 골라야 하는 모습을 풍자한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 화이트 와인들이 있는 사진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군들’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리기도 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들이라는 또다른 게시글에서도 크림색 페인트 샘플 배열과 함께 ‘최고의 백인 40명’이라는 제목이 달린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WP는 “일반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워싱턴 정계에도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가급적이면 백인 남성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며 “미국 정계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고 있음에도, 대선의 승리 조건에 백인 남성이 포함돼야 한다는 통념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로이 쿠퍼(67)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마크 켈리(60) 애리조나 상원의원, 조시 셔피로(51)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모두 백인 남성이다.
백인 지지층이 취약하다는 해리스 부통령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미국 정치계에서 백인 남성이 대선에 배제될 수 없다는 편견도 반영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많은 이들이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할 러닝메이트로 ‘전통적인 후보’인 백인 남성을 배제한 상황을 상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번 부통령 후보 명단을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흑인’ 오바마·‘여성’ 힐러리 러닝메이트도 백인 남성=미국 정치에서 여성이나 유색 인종의 정치인이 대선 후보로 발탁됐을 때 부통령 후보는 늘 백인 남성이었다.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도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이에 대해 미 조지타운 대학교의 ‘여성 및 젠더 연구 프로그램’을 이끄는 나디아 브라운 소장도 “훌리안 카스트로 전 장관은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내에서 떠오르는 부통령 후보였지만, 여성 대선 후보자(힐러리 클린턴)와 맞물려 멕시코계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소화하기에는 다양성에 너무 치중 돼 있다는 이유로 선택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오하이오 주립대 역사학자 하산 콰메 제프리스는 “백인 남성은 백인 유권자들을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46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제외한 45명이 백인이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인 남성 정치인 치중 현상, 잠재력 있는 다인종 정치인 발탁에 한계”=WP는 백인 남성 정치인을 대선 레이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오랜 통념 때문에 다른 인종의 유능한 정치인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정치 활동 위원회 ‘하이 하이츠 포 아메리카’의 공동 설립자 킴벌리 필러 앨런은 “백인 남성으로 후보군을 좁히면 잠재적인 인재들을 누락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틀이 유색인종의 상당수를 배제할 것이기 때문에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