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대비 컨테이너 운송비 257% 급등

수출기업 물류비 부담에 하반기 전망 ‘안개’

반군 공격에 홍해 대신 크게 우회…물류비 ↑

中컨테이너선 싹쓸이로 해상운임 상승 부채질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깜짝 실적’에도 기업들 속타는 이유 [비즈360]
인천 중구 인천 선광남항야적장에 수출 대기 중인 컨테이너 .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도 선전했지만 치솟는 물류비 탓에 하반기 사업은 선뜻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출길인 홍해가 막힌 가운데 중국이 컨테이너선까지 싹쓸이하며 해상운임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뛰어오른 해상운임은 수출에 의지해 돈을 버는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요인이다. 특히 하반기는 물동량이 증가하는 성수기여서 해상운임이 더 오를 수 있다. 물건을 잘 만들어 팔아도 물류비 때문에 1년 성과가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5일 2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콘퍼런스 콜에서 3분기 경영환경의 부담요소로 금리와 물류비를 꼽았다.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금리인하 지연으로 주요 제품 수요가 둔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운임지수의 불확실성 등 경영환경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2분기 가전과 전장사업 등의 선전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하반기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전제품은 주로 해상 컨테이너선에 실어 운반하기 때문에 해상운임이 가전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김이권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하반기 해상운임 비딩(입찰) 결과 컨테이너당 해상 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깜짝 실적’에도 기업들 속타는 이유 [비즈360]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안벽 크레인 모습. [헤럴드DB]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도 하반기 물류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지만 해상운임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하반기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OCI도 지난 24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수출이 많은데 해상운임이 굉장히 많이 올라 최적의 이익을 내기 위한 운영에 애로가 있다”며 “최근 2주간은 (해상운임이) 조금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로 빨리 안정이 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수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트라에 따르면 7월 세계 컨테이너 운송비용은 5937.4달러로, 올 1월말 3964.2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57.5% 급등했다.

국제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월29일(1730.98)부터 이달 5일(3733.80)까지 13주 연속 상승하며 좀처럼 꺾일 줄 몰랐다. 지난 12일에서야 3674.86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올 하반기 4000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상운임 상승의 원인으로 ‘홍해 사태’와 ‘중국 밀어내기 수출’이 지목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우호적인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에서 민간 유조선과 상선들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깜짝 실적’에도 기업들 속타는 이유 [비즈360]
올 1월 이집트 이스마일리아에서 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로 향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이로 인해 대형 컨테이너 업체들은 반군의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항로로 크게 우회하고 있다. 그만큼 운송기간은 더 늘어나고 비용 부담도 커진 것이다.

글로벌 해운회사 머스크는 올 3분기까지 홍해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몇 개월이 수출기업들에게 특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컨테이너선을 싹쓸이한 점도 해상운임 상승을 부채질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조치 이전에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 대거 물량을 밀어내며 컨테이너선을 선점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6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운송량 중 60%가 중국발이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운송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확대로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컨테이너선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 ‘중국 저가 수출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항공운송 비중이 높은 5대 정보기술(IT) 품목을 제외한 한국 수출의 88.8%는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저가수출 확대에 따른 운임 상승의 영향을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깜짝 실적’에도 기업들 속타는 이유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