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저도 이게 속 편하더라고요. 주인도 좋아하고요.”
가족과 고깃집 외식을 가기로 한 A씨. 그는 얼마 전 한 고깃집에서 불편한 기억이 있다. 그는 “고기를 먹을 땐 꼭 채소를 챙겨 먹는데, 상추를 겨우 5장 주더라”며 “더 달라고 해도 몇 장 안 주기에 괜히 눈치 보여서 그냥 참고 먹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A씨는 이번에 다른 고깃집을 방문할 땐 아예 상추를 집에서 싸갔다고. 마음 편히(?) 맘껏 채소를 먹기 위해서다.
“요즘 워낙 상춧값이 비싸다고 하니 주인들 심정도 이해하죠. 싸온 상추를 먹겠다고 하니 주인도 오히려 ‘고맙다’면서 서비스까지 더 주더라고요.”
고깃집에서 상추를 맘껏 먹기가 힘든 시대다. 상추뿐 아니다. 채소 자체가 귀해지고 있다. 장마철 때문만도 아니다. 1시간 간격으로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시대. 이상기후와 기후위기는 이미 전 세계 농작물 가격을 뒤흔들었다. 상추쌈에서 끝날 위기가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적상추는 100g당 2088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2배가량 폭등했다. 평년에 비해서도 500원가량 비싸다.
상추뿐 아니다. 깻잎, 배추, 오이 등 채소 대부분이 평년보다 비쌌다. 통상 장마철인 7~8월은 채소 가격이 비싼 시기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추세적으로 채소값은 매년 급등하고 있다.
연간 가격을 비교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적상추 100g당 가격은 2019년엔 978원에서 2020년 1030원, 2021년 1187원, 2022년 1214원, 2023년 1332원으로 계속 증가세다.
오이도 마찬가지. 10개당 가격이 2019년엔 8694원이었지만, 2020년 9660원, 2021년 1만1351원, 2022년 1만2655원에 이어 작년엔 14090원까지 뛰었다.
마포구에서 해장국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밑반찬 채소를 없앨 순 없어서 풋고추 대신 청양고추를 써보는 중”이라며 “매우면 아무래도 좀 덜 먹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앞으로 채소류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유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다. 극단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채소 수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채소류 뿐 아니라 농작물 자체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다. 커피 원두 값은 최근 ICE 선물거래소 기준으로 파운드 당 250센트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그에 따라 커피 가격도 계속 인상 중이다. 로부스타 품종을주로 쓰는 인스턴트 커피는 이미 일부 제품이 7월부터 7% 인상됐고, 아라비카 원두 커피 가격 역시 연이은 인상이 불가피하다.
브라질은 최근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동남아시아 지역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당장 생산 차질이 가시화된 농작물은 커피 외에도 옥수수, 대두, 사탕수수, 코코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