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 우선순위”

“산업 육성은 과기부 등 타 부처가 맡아야”

법인·기관 실명계좌 발급에 '부정적'

“자금세탁에 악용 소지…시장과열 우려”

“비트코인ETF도 글로벌 동향 종합 검토” 신중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 “금투세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폐지 ‘부자감세’ 아냐”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금융당국이 해야 할 가상자산 정책 방향에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했다. 산업 육성은 금융당국이 아닌 과기부 등 타 부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기조 아래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과 법인·기관의 실명계좌 발급도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김 후보자의 입장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헤럴드경제가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인사청문회 질의서에서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묻는 서면 답변을 전수조사한 결과, 김 후보자는 "기술발전‧산업육성은 과기부 등의 부처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해 정책을 추진하되 산업 육성은 금융당국의 역할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정책 역시 점진적‧단계적으로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논의를 묻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EU의 가상자산기본법(MiCA)이 지난 6월부로 시행되는 등 국제적으로 규율체계가 정립되어 가는 단계"라며 "추가입법 내용 및 시기와 관련한 사항은 관계부처‧국회와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비트코인 ETF 허용 입장을 묻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근 미국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국내에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 측면, 글로벌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업계의 숙원이었던 법인·기관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자금세탁에 악용될 소지, 시장과열 우려 및 자본시장‧실물경제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피력한 것과 달리 가상자산 세제 관련 정책에는 "국회와 기재부의 논의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시장에선 2000만원 이하로는 저율(14%) 과세를 적용받는 금융소득에 비해 250만원에 불과한 가상자산 소득 공제한도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그는 "공제한도 상향, 손실이월공제 도입 등은 과세형평, 가상자산 관련 규율체계 마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국회와 세제를 담당하는 기재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한편, 시장에선 김 후보자가 '육성'보다 '질서유지'에 방점을 찍은 만큼 적극적인 정책 추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돈이 들어가는 산업 특성상 주체가 타 부서보다는 금융당국이 더 주도권을 가져야 이용자 보호뿐만 아니라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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