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재당주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처음으로 통과하면서 ‘라이벌’ SK하이닉스의 사실상 독점 공급 체제를 깼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5세대인 HBM3E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아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1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2% 하락한 8만33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종가(8만3900원) 대비 1.19% 하락한 8만290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후 장초반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보다 2.38%나 하락한 8만1900원까지 내려 앉으며 8만2000원 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조금씩 낙폭을 줄여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날 증시 개장 전 로이터가 3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 퀄테스트는 통과했지만, 5세대 HBM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는 주가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3 퀄테스트 통과 소식은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 중인 엔비디아 HBM 밸류체인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호재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매출과 이윤을 거둘 것이란 사실보다 SK하이닉스에 여전히 HBM 관련 기술력이 뒤처져있단 사실에 더 주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온라인 상의 삼성전자 주식 게시판 등에는 “삼성전자가 언제부터 중국 보급용 제품이 됐나”, “기술력은 역시 SK하이닉스란 사실을 인증한 것인가” 등의 글이 올랐다. 이와 반대로 “기다렸던 퀄테스트 통과 소식이 전해졌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인지상정일텐데 주가는 왜 반대로 가는거지? 역시 주식은 어렵다”와 같은 게시물도 있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고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HBM 납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로서도 가격 협상력과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로이터의 취재에 응한 소식통들은 삼성전자의 HBM3가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춰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에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GPU 가운데 하나로,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H100보다는 연산 능력이 제한적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를 다른 AI 프로세서에도 사용할지, 혹은 이를 위해 추가적인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지 등은 현재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5세대인 HBM3E는 아직 엔비디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테스트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다음 달 엔비디아에 HBM3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