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대출도 한 달새 0.8%p ↓
하반기 강남권만 약 1만호 분양
은행권 집단대 잔액 6월 상승전환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 등 아파트 분양시 은행에서 공급하는 집단대출의 금리도 시장금리를 따라 계속 내림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에 서울에서만 1만호가 넘는 가구가 분양될 예정인 가운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총량을 급증시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코픽스 내려가자…집단대출 금리도 ‘뚝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8일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을 분양받는 가구에 연 3.62%의 중도금대출 금리를 안내했다. 이는 약 한 달 만에 1%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금리다. 지난 5월 15일 신한은행은 또 다른 분양 단지인 ‘청주 복대자이 더 스카이’ 분양가구에는 연 4.44%의 금리를 안내했다. 이들의 대출한도는 모두 분양금액의 최대 60%에 해당한다.
이처럼 중도금대출의 금리가 내려가는 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지속 하락세인 것과 관련이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준금리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6개월물)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을 최종 금리로 제시하는데, 한 달마다 변동되는 코픽스에 따라 중도금대출 금리도 계속 내려가는 것이다.
집단대출 금리는 당분간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금융채를 기준으로 집단대출을 산정하는 곳도 있고, 코픽스를 추종하는 곳도 있다”며 “각 분양아파트 조합별로 입찰하는 은행에 따라 금리 산정은 다르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금융채 금리나 코픽스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 사이에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하반기 서울에만 ‘분양 대어’ 1만호 넘는데…가계대출 급증하나
문제는 하반기 대거 남아있는 분양 물량으로 은행권에서 제공하는 집단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청약제도 변경 및 총선 일정으로 주요 단지 분양이 대거 연기되며 하반기로 밀려난 만큼,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일으키는 가구가 증가할 거라는 전망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강남·서초·마포 등 서울 인기 지역에서 ‘대어급’ 아파트들의 분양이 예정돼있다. 청담동 청담르엘과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도곡동 레미안레벤투스 등 공급이 계획된 분양가구가 서울에서만 1만2000호가 넘는다.
통상 분양 초반 입주자들은 계약금만 지불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수차례에 나눠 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서울 평당 분양가가 최초 4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주택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아파트 잔금대출을 기준으로 봤을 때 5대 주요 시중은행은 각기 다른 한도 정책을 운영 중이다. 보통 분양가·KB시세·외부감정 등 세 가지 기준을 은행별·사업장별로 선택해 해당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내어주고 있다.
이에 하반기 ‘분양 대어’가 본격 이어지기 시작하면 가계대출 총량 급증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021년 당시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집단대출에도 각종 제도 변화가 있었다”며 “올 하반기에도 분양 시장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의 집단대출은 상승전환해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 세부 현황에서 집단대출은 전달 대비 300억원 감소했지만, 6월에는 상승전환해 전달 대비 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