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발탁→강력 女리더 ‘우뚝’

7남매 워킹맘·독일 최초 女국방장관

2019년 EU수장 깜짝 발탁

우크라전에 ‘독해진’ 리더십

소통·협의부족에 “여왕행세” 비판도

66년 만에 ‘여성 최초’ EU집행위원장 연임··폰데어라이엔 누구[세모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에서 본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날 집행위원장 재선에 성공했다.[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5)이 18일 재선에 성공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지난 2019년 EU 행정부 수반에 첫 선출된 당시와는 현저히 달라진 평가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독일 국적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5년 전 다른 유력 후보가 EU 정상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 깜짝 발탁됐다. 그는 독일 국내 정치권에선 ‘포스트 메르켈’로 불릴 정도로 이력이 화려했지만, EU 무대에서의 경험은 전무했다. 당시 유럽의회 인준투표도 가까스로 통과했을 정도다.

외신들 역시 당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정치적 역량보다는 7남매를 둔 ‘만능 워킹맘’,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역임에 이어 ‘유리천장’을 깨고 최초의 EU 여성 행정부 수반이 됐다는 이력으로 그를 평가했다.

EU 정상 간 ‘밀실 협의’에서 낙점됐다는 이유로 ‘낙하산’ 혹은 ‘어부지리’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인구 약 5억명,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공동체를 이끌기 위한 정책 비전이 분명하지 않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부터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쟁 초반부터 대(對)러시아 제재,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추진 등 집행위가 보유한 거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해 러시아에 강력히 대응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확고한 지지 입장도 주도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2022년 연말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선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최근 들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한층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그는 중국과 경제적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대(對)중국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불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역외보조금규정(FSR), 반(反)보조금 조사 등 통상조치를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산 전기차 잠정 관세율을 최고 47.6% 수준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공약집에서 중국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억지’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협력 강화도 천명했다.

다만 폰데어라이엔의 한층 독해진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주요 정책 결정 시 국무위원 격인 나머지 집행위원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등 소통이 부족하고 독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왕인 양 행세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외에도 그는 주제가 정해져 있는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두 번째 5년 임기는 오는 11월부터다. 그는 두 번째 임기 기간 유럽의 산업 경쟁력, 국방 분야 육성에 주력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폰데어라이엔 1기’에서 앞세웠던 기후환경 목표는 계속 유지하되 규제보다는 유럽 내 기업 보호 및 육성에 보다 방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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