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레인지 전기차 가격 갈수록 낮아져
일부 롱레인지 모델 가격, 美 신차 평균 가격보다 낮아
“미국 내 中 배터리 규제 강화, 韓 배터리에 호재”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300마일(약 480㎞) 이상인 롱레인지 전기차가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오르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이를 통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기조 속에 롱레인지 모델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 증가를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1회 충전 300마일 이상 롱레인지 전기차의 가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롱레인지 전기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정부 보조금 미포함)이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4만7000달러)보다 낮아졌다”며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패리티(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테슬라와 현대자동차, 기아,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은 롱레인지 전기차 모델을 미국 신차 평균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1회 충전으로 361마일(약 581㎞)을 주행할 수 있는 ‘아이오닉 6’(2024년형, SE트림)을 약 4만24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롱레인지 모델 신차 출시도 활발하다. 올해 초 기준 미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롱레인지 모델은 모두 30개다. 이는 지난 2021년(5개) 대비 6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말 출시를 앞둔 신형 롱레인지 전기차 수는 2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소비자들의 롱레인지 모델 선호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15종 가운데 13종이 1회 충전으로 300마일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옵션을 제공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 역시 294마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구매자들의 롱레인지 모델 선호와 제조사들의 롱레인지 출시 열풍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와 파트너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 중인 테슬라와 포드, 현대차, 기아,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등 다수 제소사들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발표, 미국 의회의 CATL·고션 등 중국 배터리 업체 수입 금지 촉구 움직임 등 미국 내 중국 배터리 규제 움직임 강화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배터리 3사 외에 일본의 파나소닉 정도를 제외하면, 시장 눈높이에 맞춘 롱레인지 모델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는 이미 글로벌 전기차 평균 주행거리를 20~30%가량 앞섰다”면서 “그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롱레인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어 “미국 내 주력 전기차 모델 제조사들과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점진적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