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또 묶였지만…채권시장 금리는 이미 하향곡선

주담대 등 일부 현장 금리 떨어져…거세진 대출 증가세

‘디스인플레’ 韓·美 중앙은행의 물가 긍정평가도 이어져

9월 미국 금리인하 전망 70% 이상…韓도 맞춰 내릴듯

금리인하 깜빡이 켠 한·미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10월에 금리 내린다[머니뭐니]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관련 정보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12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채권시장 금리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등 일부 현장 대출금리도 떨어졌다.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던 물가 상황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의 평가도 최근 확연하게 달라졌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단 것이다. 이에 시장에선 미국이 기준금리를 9월에 내리면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곧 금리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 “디스인플레이션”…10년물 국고채 이틀 연속 연중 최저점

금리인하 깜빡이 켠 한·미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10월에 금리 내린다[머니뭐니]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9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5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114%에 장을 마쳤다. 지난 5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연 3.115%)를 2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3.191%로 2.1bp 떨어졌다. 10년물 금리는 이틀 연속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디스인플레이션’ 언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물가)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는 있겠으나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발언이 중앙은행 총재의 입에서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최근 물가 하락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제출한 반기 통화정책 서면 보고에서 “올해 초반에 2% 물가 목표를 향한 진전이 부진했지만 가장 최근의 월간 지표는 완만한 진전이 더(modest further progress)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위험은 높은 물가뿐만이 아니다”라며 “긴축 정책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조금 완화할 경우 경제활동과 고용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내릴 일만 남았다’ 인식에 기준금리보다 낮은 대출금리도

채권시장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실제 대출금리도 일부 낮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연 2.88%로 기준금리보다 0.6%포인트 이상 낮다. 금융채 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 증가속도가 감당이 안되자 당국에선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나섰다. 인위적인 금리 상향이다.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1일부터 대면·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3일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올린 지 불과 1주일 만의 추가 인상이다.

신한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상향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주택시장이 다시 뜨거워질 준비를 하자 냉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담대는 매우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6조3000억원)은 작년 8월(+7조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누적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 기록이다.

한은, 美 9월 금리 인하 후 10월에야 통화정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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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벌써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인하 시점은 9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후인 10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화정책 전환의 발목을 잡던 물가 상승이 잦아들고 있지만, 서둘러 금리를 내리기엔 환율 등 대외상황이 좋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5월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이후 최근까지 1380원대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통상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 나라 살림이 나아지면서 환율이 낮아지는데 이 같은 흐름이 보이고 있지 않다. 한미금리차가 2.0%포인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먼저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 남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을 73.2%로 보고 있다. 이는 전날 75.6%보다는 내려왔지만 일주일 전 68.9%보다는 여전히 높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74%다. 9월부터 연내에 두차례에 걸쳐 0.25%포인씩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은은 10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다음 인하는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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