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아메리카노 한 잔에 4000원인데.”
커피 값이 커피 값이 아닌 시대이지만, 그래도 많이 마신다. 오히려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돈을 커피 구매에 썼을 정도다.
하지만, 앞으론 더 커피 값이 비싸질 수순이다. 이상기후 여파로 커피 원두 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뿐 아니다. 코코아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기후위기 여파로 커피나 초콜릿 등 기호식품도 이젠 점차 귀해질 위기다.
커피 값은 지난 9일(현지시각) ICE 선물거래소 기준으로 파운드 당 249.95센트를 기록,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10월(145.4센트)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작년 2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258.35센트)에도 근접하고 있다.
커피 값 인상도 시간문제다. 외신에 따르면, 라바짜그룹의 주세페 라바짜 회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커피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올해 이미 15% 오른 커피 가격이 내년엔 10%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위기에 따른 공급 불황이다. 그는 “기후 변화가 주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원두 생산국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인스턴트 커피 값도 이미 인상에 돌입했다. 네스카페 등 인스턴트 커피는 일부 제품이 지난 1일부터 7%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원두 등 제조원가가 급격히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부득이하게 공급 가격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원두는 로부스타 품종이고,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쓰는 원두는 아라비카 원두다. 하지만 베트남이나 브라질 등 해당 원두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이 모두 이상기후에 시달리면서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원두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중이다.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도 예견된 수순이다. 커피 값 인상이 커피 소비량 감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고물가 및 경기 불황 속에도 커피 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 소액결제 등으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 결제추정액은 2조926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도 고급 커피전문점 결제추정금액은 1조7308억원(지난해 1조5498억원), 가성비 커피전문점 결제추정금액은 1조1954억원(1조505억원) 등으로 각각 12%, 14% 늘었다.
한편, 브라질은 최근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인명피해가 속출했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덮쳤다. 커피 외에도 옥수수, 대두, 사탕수수 등 다수의 농작물이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