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원들에 서한…“분열되면 트럼프 승리”
당 중진은 바이든 지지…스미스 하원의원 여섯번째로 사퇴 요구
당 분열로 상·하원 후보들 격전지서 고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같은 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더는 사퇴 압박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 참패로 사퇴 요구 압박이 커진 가운데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치르겠다”고 공언하며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논의를 중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바이든은 서한에서 “언론의 여러 추측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완주하고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는 나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와 걱정, 우려를 들었다”며 “그 우려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전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난주에 많았다”며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42일, 대선까지는 119일 남았다”며 “앞으로의 임무에 대한 결의의 약화나 명확성 부족은 트럼프에게만 이득이 되고 우리에게는 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실상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유권자만이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당 절차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제 힘을 모아 단결하여 전진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인사들을 향해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나를 상대로 뛰어보라”며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독립기념일(4일) 휴회를 마친 상·하원이 이날 재가동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워싱턴DC에 모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중진들은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의사당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나는 조(바이든 대통령)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거듭된 입장 표명 요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CNN 인터뷰에서 “나는 토론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표심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아직도 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회 내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 코커스도 바이든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코커스 의장인 스티븐 호스포드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이며 우리는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반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사퇴 요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덤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종용했다. 스미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섯번째 민주당 의원이 됐다.
11월 대선과 함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 후보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반대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제 1선거구에 출마한 마이클 무어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대선 레이스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후보를 영입하기 위한 명예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CNN은 “하원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여전히 바이든을 지지 여부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고 많은 상원의원들은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출마를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 차이가 상·하원의원 선거 캠페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 내 상원의원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당의 상황이 격전지와 경합주에서 뛰고 있는 상·하원 선거 후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