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으면 산, 꺼지면 호수 건강약초 최적식생
사방 산자락은 용머리처럼 호수를 침노하고
스테디셀러 의림지,배론성지 인문학 흡입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솟으면 산이요, 꺼지면 호수로다.’ 제천은 금수산, 월악산, 용두산, 박달재 등 산이 많고, 거대한 청풍호와 제천천, 덕동계곡 등 물도 좋아 리드미컬한 지세를 뽐낸다.
일조량이 많으나 밤은 쌀쌀하니 식물들이 에너지를 농축하는 방법을 잘 안다. 그래서 제천 약초가 효능 좋기로 유명하다.
제천 남동부의 수산면과 박달재는 국제 슬로시티이다. 청풍호와 금수산, 가은산, 옥순봉 등 수려한 자연 경관이 잘 보존돼 있고, 각종 민물 어류와 약초, 잡곡 등을 활용한 슬로푸드를 전승되고 있다.
황기, 당귀, 황정 등 약초도 있지만, 수산 슬로시티의 인삼은 입소문이 퍼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제천의 약초는 이곳 지세의 특성상 육질이 단단해 오래 저장할 수 있고, 향과 약효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에는 국립제천치유의숲이 있다. 숲하모니, 치유힐링숲테라피, 한방힐링숲테라피 등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곳에도 산약초 6종으로 구성된 약초원이 있다. 4개의 숲 길은 무장애 데크로드를 통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제천을 흐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은 파수(巴水) 또는 청풍강이라고 불렀다. 댐 건설 이전인 1982년 부터 청풍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청풍호 주변에는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한 비봉산과 청풍면의 진산인 인지산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수산이 있다. 이외에 대덕산, 부산, 관봉 등 명산들이 청풍호를 호위한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로는 청풍호 활공장, 정방사, 옥순대교 전망대 등이 꼽힌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속이 시원해지는 전망대는 청풍호반 케이블카 종점 비봉산 정상이다. 비봉산(531m)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면 산자락의 얕은 지점이 용머리처럼 호수를 침노한다. 구불구불한 강변선이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하다.
청풍랜드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청풍호 유람선을 타면 수경분수, 케이블카, 청풍문화재단지, 폭포바위, 삼형제바위, 월악산 등을 15~20분 동안 쾌적하고 빠르게 돌아볼 수 있다.
제천에는 이밖에 스테디셀러 의림지 파크, 제2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 덕동계곡, 박달재 공원, 용담폭포, 건강 유로스파, 세계기독교박물관, 그리고 방탄소년단 촬영지 모산비행장 등 가 볼만한 곳이 즐비하다.
덕동계곡과 용담폭포는 장마철을 피해서 방문하면 해수욕 보다 쾌적한 탁족과 물놀이를 즐기는 청정 계곡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제천 배론성지는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멋진 인증샷을 찍기 좋은 곳이다. 부패한 조선후기 권력에 실망한 민초들이 새로운 믿음의 절대자를 찾는 과정이 깃든 역사인문학과 바티칸 교황에게 보내는 서신 등 특별한 문화유산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배론이란 이 일대 골짜기가 배 밑바닥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유박해(1801)때 많은 천주교인이 배론 산골로 숨어들어 살았는데 그들은 옹기장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황사영이 당시의 박해상황과 천주교 신도의 구원을 교황청에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집필했다고 알려졌다. 이곳은 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성 요셉 신학교가 소재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에 이어 두 번째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묘도 여기에 있다.
2000년 가까이 된 인공호수이자 제천((堤川)이라는 이름을 낳은 ‘의림지’에 담긴 지혜, 낮은 음성으로 흥얼거리며 탁족하기 좋은 청정 계곡, 약초 소스를 넣은 보양 미식, 청풍호의 속시원한 풍광을 굽어보는 재미를 가진 제천에서 놀다 보면 왜 요즘 ‘인명은 재천(在天)이 아니라 제천(堤川)’이라는 말이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