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여기 누군가의 양심이 비참하게 뒹굴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의 한 화단에 나뒹구는 검은 안마의자와 골프가방.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자 “이렇게 양심불량(으로) 버리면 고생함. 앞으로는 잘 합시다”라며 다소 거친 꾸지람을 담은 쪽지가 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쓰레기들은 큰 부피에 비해 폐기 비용은 비싸지 않다. 골프 가방은 3000원, 안마 의자는 1만원이다.
이처럼 수거 신고 없이 방치하는 대형폐기물들로 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웃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건 덤이다.
재활용으로 분리 배출할 수 없는 모든 쓰레기는 비용을 치러야만 버릴 수 있다.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라면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어떤 쓰레기에 얼만큼 값을 치러야 할 지 고민할 필요 없다. 침대나 쇼파, 식탁, 의자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가구류부터 마네킹, 화환, 골프채 가방, 벽시계까지 품목과 규격이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심지어는 배드민턴 라켓, 볼링공, 등 스포츠용품까지 값이 매겨져 있다. 아령의 경우 ㎏당 단돈 500원이다.
신고를 한 뒤에는 폐기물 스티커를 인쇄해 붙여 놔야 한다. 인쇄가 어렵거나 모바일로 결제했다면 해당 내용을 수기로 적어 붙여 놔도 된다.
스티커를 발급받지 않고 길거리, 야산, 쓰레기 수거 장소에 몰래 버릴 경우 무단 투기로 간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하는 이유는, 신고하지 않으면 수거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정된 시일과 장소에 내놓기만 하면 수거해가는 종량제 봉투 쓰레기나 재활용품과 달리 대형 폐기물은 신고된 곳에만 수거업체가 방문한다.
한 폐기물 수거 업체 관계자는 “주민센터에 신고된 순으로 찾아간다”며 “통상 3~4일 걸릴 수 있고, 폐기물이 늘어나는 이사 시즌에는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전자제품은 예외다. 1m 이내의 소형 폐가전은 별도 신고 없이 배출장소에 내놓아도 된다. 소형 폐가전이 5개 이상이라면 무료 수거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TV나 냉장고 등 무거운 폐가전도 마찬가지다. 신청 시 수수료가 없는 건 물론 집으로 방문해 수거해 간다.
수수료는 발생은 재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 폐가전제품들은 재활용이 되지만, 대형폐기물들은 수거업체가 자원순환센터로 보내 그대로 소각된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돈도 쓰고 싶지 않다면, 버리지 않으면 된다. 무료나눔이나 중고매매를 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는 건 물론, 돈을 벌 기회다. 여력이 된다면 고쳐 쓰는 거도 방법이다. 품목 별로 전문 수거업체를 찾아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