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에서 한방 과잉진료 지속

같은 진단에도 진료비 10배 차이

“보험료 왜곡으로 가입자 피해”

7가지 치료 한꺼번에…‘한방 세트청구’ 車보험 진료비 왜곡 부른다[머니뭐니]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경추염좌(S134), 어깨관절염좌(S434) 주진단을 받은 A씨는 총 2만5540원의 진료비가 발생했다. 진찰료 1만5340원에 한방물리요법으로 8430원이 나왔다. 같은 진단을 받은 B씨의 진료비 명세서는 크게 달랐다. 한방 세트청구로 총 23만5030원의 진료비가 나왔다. 동일 진단의 A씨와 무려 10배 차이다. 진찰료는 1만340원으로 비슷했지만 ▷침술2종 ▷약침술 ▷구 ▷부항 ▷첩약 9일분 ▷추나요법 ▷한방물리요법 진료비가 총 21만9637원 청구됐다.

같은 진단인데도 불구하고 단독청구와 세트청구(복수진료)의 진료비가 10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 세트청구’는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는 한방 의료기관에서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 다수 진료항목을 일시에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 세트청구가 자동차보험 진료비 상승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자동차보험 가입 시 한방 치료를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2023년 자동차보험 진료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조5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의과가 더 높았지만 총 진료비는 한의과가 더 컸다. 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1조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전년 대비 1.73% 늘었지만, 진료비 금액으로만 보면 1조4888억원으로 의과보다 4232억원 더 많았다.

한의과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 배경에는 경상환자의 한방 세트청구가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명세서 전체 990만97건 중 경상으로 분류되는 12~14급 환자에 대한 한방 세트청구 규모는 901만5826건으로 91.1%를 차지했다. 중상해로 분류되는 9~11급은 88만4271건에 그쳤다. 12~14급 환자는 염좌 타박상 등 경상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에서 경증환자의 장기입원, 의과 대비 과도한 건당 진료비 등의 문제가 자보진료비 급증과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의료계에서는 자보에서 의과와 한의과를 분리해 국민 선택권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자동차보험 가입 시 한방 치료를 선택적으로 가입 할 수 있게 해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이는 결국 자동차보험료의 절감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 추세여서 한방 세트청구에 대한 기준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본격적인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자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5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9.38%로 전년 동기 대비 2.54%포인트 올랐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적자를 본다는 뜻이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적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해율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일부 과다청구 환자때문에 선량한 자동차보험 가입자들까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일이 없게 한방 세트청구 기준 강화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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