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본시장결산④ -가상자산

사실상 제도권 편입 원년 기록

자금 유입 후 대규모 유출 영향

비트코인 마운트곡스 상환 물량

승인 앞 이더리움 유입 규모 관건

비트코인 현물ETF 효과 정점 후 잠잠

올해 상반기에는 가상자산이 사실상 제도권으로 편입된 원년으로 기록됐다.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받았고 바통을 이어받아 시총 2위 이더리움까지 승인을 앞두면서다.

대표 가상자산들이 비교적 안전한 투자권으로 들어오면서 자금이 유입되는 ‘현물 ETF효과’가 발생,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 3월 각각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량 자금 유출도 겪으면서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가격 상승폭은 도리어 줄었다.

하반기엔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발(發) 상환 물량이 비트코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내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예상되지만, 비트코인과 비교 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물 ETF효과 정점 후 매도 물량에 하락...전년比 상승폭 감소=27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상반기(1월1일~6월26일 오전9시 기준) 상승률은 전년보다 낮았다. 올해 비트코인은 이 기간 동안 46.14% 증가했고, 이더리움은 48.6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82.03%, 이더리움은 58.77%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월 현물 ETF 출시 직후 일시적 하락기를 겪은 후 본격 ETF 자금이 유입된 3월 역사상 최고치(3월14일·7만3079달러)를 기록했다. 이 시기 ETF로 들어오는 하루 자금만 10억달러를 넘기면서 투자심리도 살아났다. 현물 ETF 출시로 인해 가상자산 전반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혜를 입은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로 3월 역대 최고가(3월12일·4066달러)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세계 최대 비트코인 ETF였던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그레이스케일비트코인트러스트) 등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로 5월에는 6만달러 선을 내주고 5만8253달러까지 하락했다. 통상 가격 측면에서 호재로 간주됐던 ‘반감기’(4차)가 4월 도래했지만 현물 ETF 출시 후라는 점에서 과거 반감기와는 차이가 발생했다. ETF 효과로 하루 유·출입되는 자금양이 상당하면서 공급이 반으로 줄어 가격이 상승하는 ‘반감기 효과’보다 ‘ETF 효과’가 더 우세하다고 보는 관측도 나왔다. 과거 1~3차 반감기를 보면 공통적으로 6개월 뒤에 상승장을 그렸지만 현물 ETF 수급 흐름이 더 관건이란 분석이다.

이더리움은 현물 ETF 출시 기대감에 5월 말 3800달러선을 돌파했지만 비트코인과 비교 시 자금 유입효과는 떨어진다는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쉐어스 리서치 책임자는 “이더리움은 시가총액 측면에서 같은 크기가 아니며 거래량도 같지 않다”며 ETF효과는 제한적이라 분석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르면 내달 4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물량·이더리움 ETF 출시 후 유입규모 관건=6월 들어 나란히 하락세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하반기 물량 및 ETF 승인이라는 가격 모멘텀을 앞두고 있다. 비트코인은 과거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일본 마운트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면서 채권자들에게 비트코인을 상환할 예정이다. 7월부터 상환 절차가 시작되면서 우선 14만2000개 비트코인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달 하락세는 이 같은 악재가 선반영된 여파란 분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하락장은) 마운트곡스 이슈가 가장 큰 영향”이라면서 “매도 압력이 어느 정도라고 가늠이 되기 전까지는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현물 ETF 출시라는 호재를 앞두고도 하락세를 겪는 이더리움의 경우 자금 유입 기대감이 낮은 영향이라 짚었다. 홍 연구원은 “이더리움은 자금 유입이 약할 수 있다는 게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시장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려면 실제로 자금이 들어오는 모습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선 하반기부터 이용자 보호가 강화된다. 다음달 17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다다. 이용자의 예치금을 공신력 있는 은행에 보관하도록 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과징금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방식이 마련된다.

한편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오후 3시) 기준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거대래금은 15억5994만달러로 전세계 223개 가상자산거래소 거래대금(485억4652만달러) 중 3.12% 차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거래소 내 거대래금 비중은 ▷업비트 74.06% ▷빗썸 23.38% ▷코인원 1.51% ▷고팍스 0.72% ▷코빗 0.32%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