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5명, 개혁파 1명
이란 국회의장 당선 유력…단일화 변수 발생할 수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가운데,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6명의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 후보로 출마한 이들 가운데에는 이란 국회의장부터 테헤란 시장, 심장외과 전문의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전 보건장관까지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이 대권에 도전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28일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이란 국회의장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전 보건장관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58)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 전 법무장관(64)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하셰미(53) 부통령 겸 순교자보호재단 이사장 등 6명이다.
6명의 후보 가운데 보수파는 5명, 개혁파는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핵 협상 전문가’이자 ‘살아있는 순교자’=‘하메네이 충성파’로 꼽히는 잘릴리 전 차관은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를 지낼 만큼 핵 협상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다리를 잃는 부상을 입은 뒤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잘릴리 전 차관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과 2021년에 세 번째다.
그러나 잘릴리 전 외무차관 역시 보수 성향의 인사로 분류된 만큼, 서방과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과거 잘릴리 전 차관과 협상을 진행한 경험이 있던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그에 대해 “말도 안 될 정도로 불투명한 인물”이라고 묘사했다고 AP는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 측근들도 대거 출마=고(故) 라이시 이란 대통령 곁에서 일했던 하셰미 부통령은 지난 2021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100만표를 받고 당시 대권 주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현행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입장을 이어갈 것을 고수하고 있는 그는 이란이 당면한 국제 제재와는 상관없이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카니 시장의 역시 지난 2021년 이란 대선 당시 라이시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대권을 포기했다.
자카니 시장은 이란이 국제 제재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믿지만, 외교적인 해결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란의 정치 체제 내의 개혁주의자들과 온건파들을 반복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강경 성향의 정치인이다.
▶유일한 시아파 성직자…정치범 수천명 살상하기도=푸르모함마디 전 장관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시아파 성직자다. 이로 인해 그는 이번 선거에서 시아파 성직자들과 전통주의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강경 성향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정권에서 내무장관을 지냈고, 이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체제에서 법무장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푸르모함마디 전 장관은 수천명의 정치범들을 대량 살상한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지난 2006년 미 국무부는 푸르모함마디 전 장관이 1988년 이란 에빈 교도소에서 수천명의 정치범들을 대량 처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권 침해자’라고 지칭한 바 있다.
▶심장전문의 출신 보건장관…후보들 중 유일 개혁파=이번 선거 후보들 가운데 유일한 개혁파 인사인 페제시키안 전 보건장관은 심장외과 전문의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의료계 출신이다. 그는 이란 역사상 첫 개혁파 대통령인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하에서 1997년 보건부 차관으로 합류하면서 정계에 몸을 담았고 이후 보건부 장관과 의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페제시키안 전 장관은 이란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방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재개하기 위해 서방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러시아와의 관계 재검토 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선 페제시키안 전 장관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페제시키안 전 장관은 선거 기간 동안 선거운동은 청소년 투표, 여성, 그리고 이란의 소수 민족 등 분야에 초점을 맞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 출신…유력 대선후보=군 조종사 출신인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을 거쳐 지난 1999년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그는 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학생 시위대에 실탄 발사를 명령하는 등 강경 성향을 보여왔다.
이후 2005년에는 수도 테헤란 시의회에서 시장으로 선출돼 2017년까지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2017년 대선에서는 강경파 후보가 라이시 대통령으로 정리되면서 중도 포기한 바 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는 갈리바프 의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셰나크트 분석센터가 지난 10~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갈리바프 의장이 지지율 28.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잘릴리 전 차관은 20%, 페제쉬키안 의원이 13.4%로 뒤를 이었다.
이란 인텔이 인용한 여론조사에서는 잘릴리 전 차관이 36.7%, 갈리바프 의장이 30.4%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페제쉬키안 의원의 지지율은 28.3%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은 “잘릴리 전 차관과 갈리바프 의장 중 한 명은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를 중도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28일 보궐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달 5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