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외유성 인도 출장’ 의혹 고발인 조사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통령실 관계자 소환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인도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인을 조사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의혹에 대한 전례없는 ‘동시 검찰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그 과정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 등을 고발한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을 약 11시간에 걸쳐 조사했다. 지난해 12월 고발 접수 약 6개월 만에 고발인 조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 시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검찰에 출석해 오후 8시 15분께 귀가하면서 “검찰이 꼼꼼하게 준비해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제가 고발장에 쓴 것에 두 배 이상 준비를 한 것 같았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지마할 방문에 관한 것을 가장 상세히 물어봤지만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샤넬 재킷, 장신구 대여 등 언론에서 거론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이 전반적으로 다 의견을 물어봤다”고 전했다.
앞서 이 시의원은 김 여사가 사실상 여행을 목적으로 예비비 4억원을 편성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며 지난해 12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2018년 한글을 모티프로 한 샤넬 재킷을 대여해 착용한 뒤 반납하지 않은 의혹, 청와대 경호관에게 개인 수영강습을 시킨 의혹으로도 올해 1∼2월 김 여사를 고발했다.
이후 사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으나, 검찰이 최근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형사1부에 배당돼 있던 김정숙 여사 관련 사건을 모두 형사2부로 재배당하면서 수사가 본격화했다.
검찰은 이 시의원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당시 출장에 관여한 외교부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사가 진척되면 서면이나 소환 등 어떤 방식으로든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조모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사를 불러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부탁하자 김 여사의 비서가 조 행정관을 연결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전 의원이 국립묘지 안장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청탁이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진술을 토대로 조 행정관이 최 목사에게 연락하고 국가보훈부 직원을 소개해준 경위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조 행정관을 상대로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는지, 청탁이 성사될 수 있도록 보훈부 업무에 관여했는지 등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는 지난해 12월 고발장 접수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지난달 초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뒤 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과 31일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명품 가방 전달 장면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관계자들도 조사했다.
검찰이 이날 조 행정관을 소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김 여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후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 시기와 방식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선 “종결되진 않았다.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를 소환할 경우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함께 조사할 가능성에 대해선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필요한 때에 말씀드릴 것”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소심 결과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데 (김 여사 조사) 시기가 그 이전이다, 이후다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정치권이나 여론에서 나올 수 있는 편향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차원에서도 검찰이 김정숙 여사와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해 속도나 강도에 측면에서 ‘밸런스’에 신경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관련자에 대한 소환 조사 등 충실한 수사가 이뤄지는지, 납득할 만한 기소·불기소 이유를 내놓는지는 향후 검찰의 과제로 지목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 모두 공무원이 아닌 영부인이 관련된 만큼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직무 관련성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어, 검찰의 결론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숙 여사의 경우 문체부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함께 다녀온 것이라면 영부인으로서는 국고가 손실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을 수 있어 범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선물은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에 대한 입증이 어렵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법리적으로 김 여사가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최근 이 사건에 대해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 처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