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감자튀김 그냥 줘도 안먹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 [지구, 뭐래?]
맥도날드 감자튀김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감자튀김도 멸종위기”

한동안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먹을 수 없게 됐다. 일시적인 공급망 문제로 일부 냉동 감자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 빠른 시일 내에 판매를 재개하겠다는 게 맥도날드의 입장이지만 언제부터 다시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감자튀김 판매가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8월과 2022년 2월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대란으로 몇주 간 감자튀김이 사라졌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감자튀김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로 감자튀김 생산 자체가 위협받고 있어서다. 특히 감자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는 감자 재배에 미칠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흔한 감자튀김 그냥 줘도 안먹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 [지구, 뭐래?]
맥도날드 감자튀김 [독자 제공]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기후와 감자튀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감자튀김은 감자에 의존하고, 모든 작물과 마찬가지로 감자에게도 선호하는 기후가 있다”며 “미국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감자튀김이 얼마나 더 밥상에 남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워싱턴 주립대 감자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인은 감자튀김을 매년 평균 약 15.4㎏ 먹는다. 맥도날드 미디움 사이즈로 따지면, 1년에 110개 가량 먹는 셈이다.

NOAA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감자를 많이 기르는 아이다·워싱턴·위스콘신 주에서 연간 감자가 약 120만t 생산된다. 전세계 최대 규모의 감자튀김 생산업체이자 맥도날드 공급사인 램웨스턴의 주 생산지 역시 미국 북부다. 전세계의 감자튀김 수급이 미국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흔한 감자튀김 그냥 줘도 안먹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 [지구, 뭐래?]
맥도날드 감자튀김 [독자 제공]

감자는 서늘한 날씨에서 잘 자라고, 가뭄에 취약하다. 감자의 줄기와 잎까지 잘 자라는 온도는 약 24도지만, 온도를 낮추면 수확량은 더 늘어난다. 가장 감자를 많이 수확할 수 있는 온도는 20도다.

감자 주 산지인 미국 북부의 기후는 점점 감자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기온은 오르고 강수량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기후평가(NCA)에 따르면 감자 주 산지의 여름철 낮 최고 기온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위스콘신 주는 10년 새 약 0.8도, 아이다호는 약 1.1도 올랐다. 2050년에는 32도 이상으로 올라갈 거란 전망도 나왔다.

강수량의 변화는 기온 변화보다 더 심각하다. 1986~2015년의 연간 강수량은 1901~1960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봄철 강수량은 조금 늘었는데, 여름 강수량은 크게 줄었다. 감자가 한창 자라야 할 시기에 물이 더욱 부족해진 셈이다.

“흔한 감자튀김 그냥 줘도 안먹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 [지구, 뭐래?]
지난 20일 한국맥도날드는 '공급망 이슈로 일시적으로 후렌치 후라이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 키오스크의 안내문. [연합]

보고서는 “여름철 작물 스트레스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며 “감자 농장들은 10년 후에는 봄철 폭우에 대비해 배수 시설을 개선해야 할지, 비가 내리지 않는 여름에 맞춰 관개 시설을 개선해야 할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고 설명했다.

물론, 감자튀김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 대신 감자튀김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아니라 고급 요리로 바뀔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 보고서는 “기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감자튀김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감자튀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값을 더 치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흔한 감자튀김 그냥 줘도 안먹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는다?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