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에 델리·뷔페 전성기
애슐리 델리 두 달간 8억원치 팔려
“고물가 속 착한 가격으로 대리만족”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강남에서는 김밥에 라면만 먹어도 9000원을 내야 합니다. 점심 부담을 줄이려 1만원짜리 중식뷔페 식권을 10장 구매하는 게 유행입니다.”
깐풍기, 짜장, 짬뽕, 고추잡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중식뷔페의 점심시간에는 줄이 끊이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런치플레이션’에 1만원 뷔페, 마트 속 뷔페 등 델리 상품이 고물가 속 도피처로 부상하고 있다. 저가에 맞춘 메뉴로 구성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랜드 킴스클럽의 애슐리 델리도 매일 북새통이다. 보코치니 토마토 샐러드, 장어가 올라간 캘리포니아롤, 5피스의 새우초밥 등 4000원이 넘지 않는 메뉴가 많아서다.
19일 이랜드에 따르면 킴스클럽 내 델리 매출 비중은 2019년 3.5%에서 올해 1~5월 6.7%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감 할인 시간에 판매가 집중된 대형마트와 달리 킴스클럽 델리는 12시~14시 점심시간대에 전체의 28%가 팔린다. 개점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은 20만개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억원에 달한다.
델리는 델리카트슨(delicatessen)의 약자다. 샐러드, 샌드위치 등 요리가 된 음식을 매장에서 판매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킴스클럽은 델리로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킴스클럽 강서점 방문객 4명 중 1명이 델리 구매 고객”이라며 “1인당 평균 구매 개수도 6.7개에 달해 객단가가 낮지 않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이랜드이츠의 뷔페식 매장 애슐리를 운영한 경험으로 소규모 뷔페식 델리를 기획했다. 경쟁사들도 일본의 대형유통사 이온몰의 델리 코너처럼 간편하고 소규모로 구성된 델리 코너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조리가 가능한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 유기농 전문마켓 홀푸드도 ‘마트 내 뷔페’를 구현한 델리 코너 ‘이츠(EATS)’를 운영 중이다.
백화점 업계도 외식의 대안으로 떠오른 델리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1~5월 델리·푸드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델리·뷔페의 인기에 대형마트와 가까운 오피스 상권에서는 델리 판매대를 문 앞으로 옮기는 매장도 늘었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1~5월 이마트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사류 매출도 사무실 중심 상권인 여의도점·양재점·영등포점에서 30%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델리 코너는 매장 안쪽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점심시간 직장인 동선을 고려해 앞으로 뺀 점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매장 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등 식품 특화매장도 확대 중이다. 이마트도 죽점점을 식품 특화매장인 ‘스타필드 마켓’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장은 “가격을 낮춘 다양한 간편식의 인기는 고물가가 오기 전에 다양한 식생활을 즐기던 소비자가 택하는 차선책”이라며 “저가의 통일된 가격과 검증된 맛이 성공 요인”이라고 짚었다.
뷔페형 매장도 부활하고 있다. 애슐리퀸즈는 매장 수를 2019년 95개에서 2022년 55개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가 올해 6월 90곳으로 확장했다. 7월에는 강남점, 더타운몰 킨텍스점, 대전PEER점이 문을 연다. 올해 150개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