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대출 문턱 높아져…“내년 가야 상황 호전”
“은행권, 기대감에 빚 늘려…구조적 노력 필요”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지난 1년 동안 새마을금고·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잔액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연 이자 또한 715조원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권 대출은 지난해 3월부터 증가폭을 키우면서 연 이자 감소폭이 0%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금리 인하 기대와 금융시장 안정화 가능성에 따라 대출 금리도 갈수록 낮아지고 정책 자금 유입도 많아진 영향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서민들의 자금 공급 창구인 비은행권 대출은 크게 줄었지만, 규모가 훨씬 큰 은행권 대출은 오히려 증가해 고금리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감소)’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대출 잔액이 줄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줄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을 줄인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을 제 때 빌리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기관(새마을금고·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의 월별 대출 잔액에 신규취급액 가중평균금리를 곱해 산술적으로 계산한 대출자의 연 이자는 지난해 3월 5899조5715억원에서 올해 3월 5084조8429억원으로 1년 새 714조8286억원, 12.32%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대출 금리 수준이 평균 8.06%에서 7.33%까지 0.73%포인트 낮아지며 하향세로 접어들었음에도, 2금융권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부실 우려가 높아지면서 각 비은행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다.
업권별로 보면 새마을금고가 20.35%로 연 이자가 가장 크게 줄었고, 이어 상호저축은행(-14.9%), 신용협동조합(-14.07%), 신용협동조합(-5.3%)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예금은행 연 이자는 0.8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 3월 말 추산한 예금은행 대출자의 연 이자는 1경1132조8859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1경1224조8217억원) 대비 91조9358억원 감소했다.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 2171조1454억원에서 2295조4404억원으로 124조2950억원(5.72%)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793조8228억원에서 777조1751억원으로 16조6477억원(2.1%) 줄었다.
예금은행 대출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3월 전달 대비 증가율 0%를 기록한 대출 잔액이 4월부터 매 달 0.3%, 0.4%, 0.5%, 0.6% 씩 커지며 급증하기 시작했다. 금리 수준은 5.17%에서 4.85%로 낮아졌다.
주요 은행권만 살펴봐도 5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5조원 넘게 늘어나 가계대출 규모가 703조230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가폭 또한 2021년 7월 이후 34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이에 따라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대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대출 회복세를 보이는 차별화된 모습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올해보다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면서 “연말까지는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내년 정도는 넘어가야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황이 호전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은행권 대출 증가와 관련해 “빚을 줄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된다는 예상이 더 크면 구조조정을 더 하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예측을 하고 있는 영향”이라며 “구조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