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쓰레기 문제를 해법은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겁니다”
매일 수만t씩 나오는 쓰레기, 모두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문제다. 피하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도권에서는 2026년부터, 이외 지역에서는 2030년부터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몰려 있는 서울과 인천(옹진 제외), 경기(연천 제외) 주민들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반 정도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문명의 끝에서’는 쓰레기를 묻을 공간이 없다면 쓰레기 자체를 줄이자고 제시한다. 그러나 쓰레기를 줄이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데 대다수 시민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문명의 끝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쓰레기의 생애를 펼치는 방식으로 설득에 나선다. 폐지를 줍는 노인부터 고물상, 손으로 일일이 쓰레기를 골라내는 재활용 선별장, 이 과정에서 탈락한 쓰레기들이 모이는 소각장과 매립지 등을 7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았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성수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문명의 끝에서’를 연출한 임기웅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는 생산부터 하고, 그다음에 소비, 그리고 폐기를 한다. 폐기가 문명 사회의 끝에 있다고 봤다”고 영화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일상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뿐 아니라 건축폐기물까지 포괄하는 의미기도 하다”며 “어느 문명이든 그 끝에는 건축물 잔해 등이 항상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명의 끝에서’는 건설폐기물 문제에 주목한다. 실제 수도권매립지에 묻히는 쓰레기 중 절반은 건설폐기물이기 때문이다. 이외 30%는 산업폐기물, 20%는 생활폐기물이다.
특히 건설폐기물은 주로 재개발, 건물을 허무는 과정에서 나온다. 영화에 출연한 미술작가 김동균 씨는 “재개발을 하면 쓰레기가 무시무시하게 나온다. 수십 년은 더 살 수 있는 집을 부수기도 한다”며 “즉, 멀쩡한 걸 쓰레기로 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오염과 피해가 발생한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설폐기물의 특성 상 매립지 주변에 중간처리업체들이 밀집하게 된다. 이를 싣고 나르는 대형 트럭들이 오가고, 건설폐기물을 잘게 부수고 철근 등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분진과 소음이 발생한다. 이를 수도권매립지 인근의 인천 계양구와 서구 주민들이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쓰레기를 줄이려면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조성 당시 2016년까지 사용할 계획이었는데, 10년 가량이 연장됐다. 그 기간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되면서 예상보다 쓰레기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어느 순간부터 텀블러와 손수건을 쓰고 재활용이 잘 되는 제품을 사용하라는 등 개인의 실천이 강조됐다”며 “후퇴하고 있는 자원순호나 정책들에 목소리 내고 정부와 기업에 계속 요구하는 게 개인들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기웅 감독도 “직매립이 금지되면 소각장을 늘리자고 하는데, 부지 선정과 건설이 요원하다”며 “각 지역이 만든 쓰레기는 지역 내에서 책임져야 한다. 자원 순환과 처리 문제에 유권자로서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