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향한 대부분 명령 4일 철회 발표 예정
사직서 수리로 “전공의 20~50% 복귀할 수 있다”
의료계 “진짜 중요한 것을 ‘필수 진료과 복귀율’”
의협·의대교수협회 총파업 찬반 투표 진행하며 대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의정갈등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할 전략을 찾으며 ‘사직서 수리’ 발표를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총파업을 논의하며 맞서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공의 복귀 대책 등이 담긴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브리핑에서는 전공의들에게 내린 진료유지와 복귀명령·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사직서 수리를 통해 떠나길 원하는 전공의들의 사표를 수리함과 동시에 일부 전공의들이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매일같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했으나, 현재 출근하고 있는 전공의는 10% 미만”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는걸 무한히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사직서 수리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귀를 원하지만,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복귀하지 못한 전공의가 20%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여기에 원래 수련하던 병원에선 사직하더라도 병원을 옮겨 수련을 이어갈 전공의도 적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수가 가장 많은 ‘빅5’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다른 병원 전공의들이 몰려들어 전공의 복귀율이 50%로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대부분의 전공의가 사표를 수리하고 떠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전임의 복귀율은 높아졌지만, 필수과 의사의 복귀율은 낮다고 한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 진료과 전공의 다수가 전공의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들었다”라며 “전체 복귀율보다 중요한 것은 필수과 복귀율”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공의는 “고연차인 사람은 일부 복귀할 수 있겠지만, 저연차·필수과 전공의 중에 돌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복귀하는 것은 상관 없지만, 무너진 신뢰는 복구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편 의료계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이날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7일까지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또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이날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총파업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협 내부에서는 100일 넘게 전공의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의대 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파업 찬성률이 높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파업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무기한 집단 휴진이 아닌 장기전에 유리한 주 40시간 단축 진료, 토요일 휴진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의원 의사(개원의)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했을때 동네 의원의 집단 휴진 참여율은 10~20% 정도였다. 개원의는 사실상 자영업자여서 장기 휴진으로 이어지면 경영난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