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공매도 발언 “개인적인 의견”

대통령실, 연이은 사태 진화…정책 소통 부재

고령 운전자 대책도 지난해 실무적으로 제동

[단독] 尹이 띄운 ‘이사 충실의무’ 강화되나…용산, 법무부 반대에도 “도입 검토”[용산실록]
용산 대통령실 전경.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정부가 섣불리 정책을 내놨다 여론의 반발로 철회하고, 대통령실이 다시 사태를 진화하는 일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각 부처는 표면적으로 ‘엇박자’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직구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공매도 재개까지 연일 여론이 들끓자 내심 불쾌감이 흘러나온다. 일련의 정책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책 발표까지 제대로 된 의견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공매도 재개 발언에 “6월 말 전 까지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관련해 보고를 하기로 됐는데 아직 받은 바 없다”며 “결정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이 원장이 개인적인 의견을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이 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월 공매도 거래를 일부 재개할 수 있다”며 공매도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개인적 욕심’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여파는 컸다.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인만큼 정책조율 없이 나오기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작용 차단 조치 없이는 재개 뜻이 없다고 못박은만큼 실제 재개 여부를 놓고 여론은 들끓었다.

사안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이 원장의 발언의 의미를 개인화하며 일축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일 기자들을 만나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희망”이라며 “불법공매도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최근들어 부쩍 반복돼왔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방침을 내놨다 여론의 반발로 사흘만에 철회했다. 대통령실에 정책 홍보 방안에 대해서만 보고되는 등 정책 발표에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후 공직 사회의 행태에 대통령실의 우려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직접 사과의 메세지를 내는 것은 물론 정책 조율 기능을 직접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민들에게 파급이 큰 정책에 대해 직접 사전점검은 물론 여론조사까지 나서기로 했다. 또 매주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열고 정책의 영향력, 여론, 현황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사안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국토교통부·경찰청이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도 엇박자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책에는 고령운전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 관련 내용이 담겼는데, 국토부는 뒤늦게 자료에서 ‘고령자’라는 단어를 제외했다. 대통령실 또한 “연구용역에 관련된 것일 뿐, 정책발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KC직구 문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정책들이 제대로 된 사전조율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와 관련해서는 작년부터 교통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오갔고, 대통령실에서도 실무적인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취임 초기 입학연령 논란부터 주69시간 이슈까지 비슷한 과정이 반복된 만큼 피로감도 높아지는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문제 중) 이 원장의 발언은 시점 상 KC 직구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나왔다”며 “정부가 앞으로 정책 조율을 면밀히 하고 신중히 발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