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속적으로 기술·성능 테스트 중”
HBM3E 12단 제품 상반기 양산 목표
HBM 수율 삼성 50%, SK하이닉스 80%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엔비디아 등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 통과 여부에 대한 시장의 관심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주장은 당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이 진행 중인 테스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이유는 앞서 로이터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HBM의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돼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적극 반박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일반 D램보다 가격이 6배 이상 비싸 수익성도 높다. 엔비디아가 하반기 출시할 블랙웰에는 HBM3E가 8개 탑재되는데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만이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HBM의 엔비디아 납품에 총력을 쏟고 있다. 아직까지 시장 주력 제품은 8단 제품이지만, 차세대 12단 제품을 올 상반기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SK하이닉스도 12단 제품 양산 예정 시기를 기존 내년에서 올 3분기로 앞당긴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수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의 가장 큰 과제도 성공적인 HBM 납품이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 중에서도 D램 설계에 특화된 전문가다.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HBM3E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다. 삼성은 지난 2019년 해체했던 HBM 개발팀도 최근 다시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49%, 삼성전자 46%다. 올해는 격차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수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수율은 50% 안팎이라고 전해진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수율이 80%에 육박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수율은 한 장의 웨이퍼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 칩 대비 양품(정상 제품)의 개수를 나타낸다.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능력이 높다는 의미고, 수익성도 좋기 때문에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탄탄한 우군을 형성한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 동맹에 대항하는 것도 과제다. SK하이닉스는 TSMC의 로직 다이 기술을 활용해 HBM4 제품을 개발하고, TSMC는 SK하이닉스의 HBM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패키징해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인텔, 구글, MS, 네이버 등 다양한 테크 기업과 협력하며 판을 뒤집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