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상승 거래가 절반 이상…일부 단지는 전세물건 품귀
전문가 “올해 이어 내년 입주물량도 감소…시장 불안 대비해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벌써 1년째 오르고 있다.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4∼5월에도 아파트 전세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 2∼3년 전 최고가의 84%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대신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게 결정적이다. 여기에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리의 정책자금 또한 전세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12일 연합뉴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전고점의 평균 84%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계약에서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역전세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 편으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 25개 구 전체가 역대 최고가였던 전고점의 80% 이상을 회복했다. 2022년에 전셋값이 고점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종로구가 전고점의 90%, 중구가 89%에 근접했고, 강서·마포구(87%), 관악·은평구(86%), 양천·광진·서대문·영등포구(85%) 등도 고점 대비 회복률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비해 노원·도봉(81%), 강북구(83%) 등 '노도강' 지역과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송파(82%)·서초구(81%) 등 강남 3구는 상대적으로 회복률이 낮았지만 역시 80%를 웃돈다.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2022년 9월 10억5000만원을 찍은 뒤 이후 최저 6억4000만원으로 고점 대비 60.9%선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에는 82% 선인 최고 8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 주공7단지 전용 49.94㎡는 이달 초 최고 3억원에 거래돼 2021년 역대 최고가였던 3억5000만원의 86%까지 회복했다.
전셋값이 높은 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전고점 가격 대비 회복률이 낮지만 싼 전세 위주로 거래가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작년 초 2021년 전고점(17억원) 가격 대비 반토막이 났다가 최근 실거래가가 11억∼12억원으로 65∼70% 선까지 올라왔다. 올해 3월 초에는 고점의 80%가 넘는 14억원에 계약된 사례도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 거래도 늘고 있다.
실거래가 분석 결과 올해 3∼4월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2월 대비 높은 경우가 절반이 넘는 54%에 달해 하락 거래(40%) 비중을 압도했다.
영등포구(63%)와 용산·도봉구(62%)는 상승 거래 비중이 6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전세 사기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아파트로 임차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최저 연 1%대의 초저리 신생아 특례 대출을 비롯해 신혼부부·청년 대출 등 정부 정책자금 지원이 확대된 것도 전세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전세자금 대출 중 대환용 비중이 대출 초기 50%에서 현재 45%로 감소했다. 신규 전세를 얻기 위한 대출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수요는 늘었는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감소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로 지난해(3만2759가구)보다 27.4%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른 전세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한 달 전 4만8573건에서 11일 기준 4만8573건으로 1.5% 감소했다. 작년 말(5만4946건)에 비하면 12.9%가 줄어든 수치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면서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0.1을 기록하며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1년 11월 마지막주(100.0) 이후 2년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지난주까지 51주 연속 상승했다. 역전세난의 여파가 올해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지만 2년 전과의 보증금 격차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아파트 선호 현상 속에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3803가구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35만3000여가구에서 내년에는 24만가구로 급감한다.
전세 사기와 공사비 급등으로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연립·다세대 등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의 신규 공급은 급감하면서 아파트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고가의 전세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전셋값이 올랐지만 아직은 2년 전 전셋값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금리 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시장이 지금보다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고, 매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