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공무원, 1일 오전 숨진 채 발견
행안부, 2일 ‘악성 민원’ 전화 끊으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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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악성 민원인 경우엔 공무원들이 전화를 직접 끊을 수 있도록 한 공무원 보호대책안이 나왔다. 그러나 대책 발표 하루 전 화성시 소속 한 공무원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무원 사회에선 공무원들에 대한 ‘실명 비공개’ 처리도 너무 뒤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정부는 업무담당 공무원들의 실명을 공개해왔으나 일부 공무원들의 신상정보가 털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일부 지자체에선 실명 비공개 처리를 추진한 바 있다.
화성시 공무원 1일 숨진 채 발견… 김포 공무원 이어 세번째
2일 화성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쯤 화성시 봉담읍의 한 도로 위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화성시청 소속 40대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행안부 확인결과 해당 A씨는 민원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포시에서도 공무원이 사망한 바 있다. 지난 25일 김포시 소속 공무원인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저녁 동료 직원에게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김포시 소속 공무원 B씨가 도로 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차량 정체로 항의성 민원을 받고 신상 공개를 당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공무원 사망 사건이 이어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악성 민원 대책’으로 신상정보 비공개 조치를 시작했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시를 비롯해 인천 서구·미추홀구·부평구, 대전시,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부산시 등 모두 50곳이 넘는 지자체에서 공무원 실명을 가렸다.
다만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문제 자체의 본질을 벗어난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홈페이지가 아니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담당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본인이 원하는 민원 업무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에도 수십번 전화하고 신상을 알아내고, 정보공개청구를 계속 넣는 것이 일상”이라며 “이같은 민원인에 대해 대처하는 부서를 만들어 주거나, 민원 횟수를 제한하는 등 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행안부, 2일 폭언전화 ‘NO’ 정책… “전화 끊으라”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공무원 개인정보 ‘성명 비공개’와 함께 전담팀을 구성해 악성민원인에 대한 법적대응 등을 지원하며, 민원 담당 공무원은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 가점과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에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올해 3월 악성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마련됐다.
정부는 전화, 인터넷, 방문 등 민원 신청 수단별로 악성 민원 차단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그동안 민원 담당 공무원은 전화로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민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얘기해도 그대로 듣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폭언이 이어질 경우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 있도록 한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 역시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 민원창구로 단시간에 대량 민원을 신청해 시스템 장애 등 업무처리에 의도적으로 지장을 준 경우 시스템 이용에 일시적 제한을 둔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서면으로 민원 신청은 가능하다.
방문 민원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문서로 신청한 민원도 마찬가지다. 문서상에 욕설·협박·성희롱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경우 민원을 종결할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반복 제기될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도 보완한다. 동일한 내용인지 판단할 때 내용 뿐만 아니라, 민원 취지·배경 유사성·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도 자체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 수립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응원을 보내왔다”라며 “전문가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앞으로도 악성 민원 대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