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해제, 대기발령 내 재판 받도록 인사조치

9일 청주지법 대법정에서 경찰 14명 동시 재판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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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건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경찰관들의 재판이 오는 9일 시작된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최고위직인 경무관은 직위해제, 총경 및 경정 관리자급은 대기발령 조치해 재판을 받도록 했다.

3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대법정에서 오는 9일 김교태 전 충북경찰청장(치안감, 퇴직), 마경석 당시 충북청 공공안전부장(경무관), 이모 총경(당시 충북청 교통과장), 임모 경정(당시 충북청 대테러계장), 정희영 당시 흥덕경찰서장(경무관), 이모 경정(당시 흥덕서 과장)등 경찰관 총 14명의 재판이 시작된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충북청 등은 기소된 경찰관에 대해 각각 인사 조치했다. 지난 2월 인사로 서울 강서경찰서장으로 부임했던 마 경무관은 지난달 29일로 직위해제됐다. 김병기 강원경찰청 공공안전부장이 신임 강서서장으로 부임했다.

이 총경과 임 경정 역시 지난달 29일자로 기존 직무에서 빠지고 대기발령을 받았다. 정 경무관은 지난해 9월부터 대기발령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기소가 되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고 되어있으므로 직위해제를 하거나 대기발령을 내는 것은 각 인사권자의 판단 영역”이라며 “다만 최고위직인 경무관에 대해서는 직위해제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 아래 직급에 대해서는 일단 재판을 받으면서 직무를 맡게 할 수는 없으니 대기발령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위해제와 달리 대기발령은 출근 의무가 있으므로 각 시도청 내에 마련된 대기자 장소로 출근해야 한다.

아울러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관들에 대해서 기소된 사안의 1심 공판을 지켜보고 추후 보직을 다시 주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께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졌다.

기소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오전 7시2분과 7시56분에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두 차례 접수됐음에도 112상황실 근무자들이 이를 긴급신고로 분류하지 않았고 소방공동대응 요청도 하지 않았다. 오송파출소 순찰팀은 출동지령을 받았지만 엉뚱한 지하차도로 출동해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두차례 112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궁평2지하차도에 경찰이 출동하지 않게 되어 사전 도로 통제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오송파출소 순찰팀 직원들과 충북청 112상황실 직원들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됐다.

또 충북경찰청과 교통비상근무를 발령하지 않은 청주흥덕경찰서는 부실대응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공문서(동원명령서)를 작성해 상급기관에 발송했다고 검찰은 기소했다.

당시 흥덕서장이 교통경찰을 모두 소집하는 ‘교통 갑호비상’을 내린 시점이 15일 오전 10시 5분, 모든 경력이 동원되는 ‘갑호비상’’이 내려진 건 오전 11시로, 참사가 일어난 지 2시간이나 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 흥덕서 이 경정은 참사 당시 동원명령이 이미 발령돼 있던 것처럼 문서를 꾸몄다는 것이다.

김 전 충북청장 등 고위급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최종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가 적용됐고, 특히 흥덕서장이었던 정 경무관은 허위 문서를 작성하도록 교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선조치 후보고’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경찰 14명, 소방 2명, 행복청 5명,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 23명을 재판에 넘긴 이후에도 최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 등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검찰에 출석해 1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김 지사를 비롯해 충북도와 청주시 공직자들 중에서도 추가 기소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처벌로 이어진다면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 최고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