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사원 감사과정 조직적 방해 정황 포착

파일 변조·문서 파쇄로 증거 없애

채용비리 외 복무기강 헤이·고위직 늘리기도

선관위 감사 ‘왜 오래걸렸나’ 봤더니…포렌식·자료제출 거부 빈번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8개 시도 지방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직원들이 자녀를 대거 특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거나 지연한 정황도 포착됐다.

1일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번 채용 비리 감사를 받으면서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들의 인적 사항을 검은색 펜으로 지운 복사본 서류를 감사관에게 제출했다. 채용 비리를 밝혀내려면 관련자들의 인적 사항 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알면서도 감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를 요구하면 윗선 결재를 받아야 한다면서 통상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컴퓨터 포렌식도 거부하며 최종 협의까지 3주 가까이 감사가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감사원 측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채용 비리 외에도 조직·인사 분야에서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의 실태도 확인해 발표했는데, 선관위의 비협조로 3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운영 관련 자료는 끝내 제출받지 못했다”면서 “최종적으로 감사 결과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협조는 받지만, 선관위의 선별적인 자료 제출이나 제출 지연으로 자료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착수한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발표까지 약 9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감사 결과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선관위 직원들의 증거 인멸과 은폐 시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지난해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수법이 담긴 파일을 변조하고, 문서를 파쇄하면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는 각급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중앙선관위원장을 ‘5부 요인’ 의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5부 요인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관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