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처럼…협상 기대했는데

“일말의 선의마저 깼다” 당혹감 역력

尹 거부권 전망, 나쁜 선례 남겨선 안돼

10차례 거부권 부담엔 “건수 중요한게 아냐”

대통령실, 채상병 특검법에 격앙 “입법폭거” [용산실록]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행태를 “입법폭거”로 규정하며 엄중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태원 특별법’처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협상 여지를 찾아 보려던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일말의 선의를 산산조각 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 출연해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두고 “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해당 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일 “협치 첫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한 것”이라며 “여야 합치와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건의 경우 사법절차가 종료되지 않은만큼 특검법 수용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철호 수석은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더 나가서는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채상병 특검법에 격앙 “입법폭거”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특히 대통령실은 이태원 특별법을 계기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협치를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럽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태원 특별법에서 독소조항 제외 등 여야가 한발 물러나 수정법안에 합의한만큼 채상병 특검법 또한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터다. 법안 내용에 대해 일부 불합리한 부분 수정이 가능하다면 굳이 해당 법안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태원 특별법 합의가 이뤄진 당일 대통령실이 “앞으로도 산적한 국정 현안에 대해 여야가 신뢰에 기반한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루고 협치를 계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즉각적으로 환영한 것도 이를 염두해 둔 포석이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난 2년간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각종 법안에 제동이 걸려온만큼 앞으로는 이같은 악순환을 끊겠다는 방침이었다. 정 비서실장, 홍 정무수석 또한 이런 부분을 국회에도 다각도로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예상을 깬 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대통령실도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채상병 특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21대 국회에서 협상과 협치의 여지를 봉쇄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 먼저 선공을 했으니, 10번째 거부권 행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 수석 또한 거부권 부담에 대해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는만큼 시점에 대한 고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도 협치 시도는 이어가겠다는 기조다. 윤 대통령이 국회와의 잦은 소통을 이어간만큼 물밑 대화 등을 포함한 영수회담 후속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극한 대립, 입법 폭주에도 협치를 한다는건 상대의 선의를 더 믿고, 노력을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