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채상병 특검 등 입법강행 예고

대통령실 “국회 상황 지켜보겠다” 신중

협치노력 퇴색 우려 “李, 강경파만 고려” 평가도

尹은 “국회 가겠다”했는데…대통령실, 야당 강공에 ‘불쾌감’ [용산실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도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등을 포함한 쟁점 현안에 대해 입법 강행을 예고했다.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협치를 꾀하려는 대통령실도 평행선을 달리는 야당의 모습에 내심 불쾌한 기색이 보인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 추진에 “일단 국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 등이 민주당 강행으로 넘어올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정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민주당 측은 오는 2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5월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 일정과 처리 안건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일단은 야당과의 대립각을 피하려는 분위기다. 영수회담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야당과 소통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참모진들에게 “우리가 다음에는 국회에 가서, 사랑재에 가서 하는 건 어떠냐”고도 했다. 야당과 소통 물꼬를 힘겹게 튼 상태에서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노심초사도 느껴진다.

남은 3년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대통령실로서는 야당 협조를 구해야한다. 민생토론회에서 도출한 정책들은 물론이고 총리 인선도 ‘야당 패싱’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실은 야당과 사전 협의 대신 총리인선을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야당 인준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인선까지는 난항이 예고된다. 첫 만남이 이 대표의 주장을 윤 대통령이 듣는데 쏠렸던만큼 이제부터는 실리를 끌어내야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민주당의 강공 모드가 이어지자 대통령실 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흘러나온다. 이 대표의 각종 요구사항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일일이 답을 했음에도 이 대표가 회담 소회를 실망, 답답으로 전한데 따른 반응이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의 메세지가 협치를 시도하려는 것보다는 민주당 강경파의 눈치를 보는데 쏠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강경과 온화 사이의 메세지 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고도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첫 만남때는 민주당의 요구에 일일이 대통령이 답을 다 하지 않았냐”며 “이 대표로서는 원하는 건 테이블에 다 올라온 엄청난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