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10년 이상 걱정 없이 쓴다는데, 몇 년 되지도 않았어요.”
최근 거실 등이 깜빡거려 뜯어본 A씨. LED 조명을 보곤 막막했다. 그는 “형광등도 아니고 어떻게 교체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며 “수소문을 해보니 전문 기사가 출장해서 교체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출장비까지 지불하고 수리를 진행하고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일부 부품 교체가 아니라 등 전체를 모두 뜯어내야 했던 것. 그리고 통째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했다. 이를 위해 대형 쓰레기봉투까지 또 구매.
그는 “돈도 문제이지만, 이를 모두 그냥 버린다는 게 더 속상했다”며 “페트병 하나도 재활용하는 때에 이걸 통째로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비용에 막대한 쓰레기까지, 차라리 예전이 나을지 모르겠다. 한해에만 버려지는 LED 폐기물 양은 2600만t에 이른다. 2027년부턴 기존 형광등의 신규 제작 자체가 금지된다.
이처럼 이미 LED 조명이 대세인데, 정작 가정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LED 조명들은 재활용 품목에서 제외돼 있다. 그냥 다 버려진다. LED조명엔 금이나 구리 등 유가금속이 있는, 가치있는 재활용 품목이다.
LED 조명이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폐 LED 조명도 급증세다. 최근엔 제품 불량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B기사는 “요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도 많아진 게 사실”이라며 “10년 이상 쓴다고 하지만, 사실상 ‘복불복’인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다. LED 조명 교체는 ‘통째’가 기본이다. 멀쩡한 틀이나 보호판 등도 모두 폐기처분한다. 판매하는 제품 역시 모두 통째로 판다.
거실 등을 하나 교체하게 되면, 고스란히 대형 쓰레기가 나오고, 이는 생활폐기물로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직 재활용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그러다보니 A씨처럼 대형 쓰레기 봉투를 또 구매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LED 조명이 가치 있는 재활용 품목임에도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원래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LED 조명 재활용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에 이를 편입시키면서다.
EPR은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 차원에서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생산자에 미이행량에 비례해 비용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가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하는 품목들을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업계의 반발이었다. 결국, LED 조명 중 전구형과 직관형 LED만 재활용 품목이 됐고, 정작 가정에서 대부분 쓰이는 평판형 LED 등은 제외됐다. 전구형이나 직관형은 기존 형광등처럼 교체해 사용하는 형태이고, 요즘 집안에서 주로 쓰는 LED 등은 평판형이나 십자·원반형 형태다.
심지어 일부 적용한 LED 조명의 재활용 부담도 크게 낮췄다. 현재 EPR이 적용 중인 전구형·직관형 LED 조명의 재활용 의무량은 12%. 즉, 생산한 제품의 12%만 재활용하면 업체는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존 주요 재활용 품목의 의무비율은 80%대에 이른다. 심지어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종이팩 재활용 의무비율(14.6~29.3%)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내야 할 비용도 1kg 당 전구형·직관형 각각 816원, 616원으로 기존 대비 하향 조정됐다.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부과금 가상 계산에 따르면, 직관형 LED 조명을 100kg 생산한 업체가 11kg을 재활용하게 되면, 미이행한 1kg으로 납부할 부과금은 1090원이다.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 재활용 부담을 크게 낮췄지만, 급증하는 LED 폐기물을 감안할 때, 폐기물 상당수를 차지하는 평판형 LED 조명까지 시급히 재활용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그 외의 LED 조명까지 재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갖고 있다”며 “현재로선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업계와 소통해 이를 도입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