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부터 예일, MIT 등 시위 확산

중동 전쟁 휴전 요구 시위 계속

반유대주의 누르는 총장에 반발 커져

정치권에서도 주목…갈등 더 커질 듯

“하버드대, 예일대가 텐트촌 됐다”...미 명문대 친팔 시위 확산 [디브리핑]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동안 학생들은 저녁까지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캠프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미국 주요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반년 넘게 계속된 가자 전쟁의 휴전을 요구하며 ‘텐트 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100명 넘는 학생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지난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돼 동부를 넘어 하버드, 예일대 등 주요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학교 외에도 호주 대학교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등장하기도 했다.

텐트 시위하는 컬럼비아대 학생들, 왜?

“하버드대, 예일대가 텐트촌 됐다”...미 명문대 친팔 시위 확산 [디브리핑]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동안 학생들은 저녁까지 컬롬비아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캠프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터]

이번 시위는 지난 18일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대학 내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텐트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로는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과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가 있으며, 컬럼비아대 학생과 교수진들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가자지구의 휴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의 대학교 매각 등을 요구했다.

컬럼비아대는 미국에서도 유대인, 아랍인 재학생이 많은 대학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대학이 중동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이중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던 1968년에도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수백명이 캠퍼스 건물 5곳을 점거하고 반전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일주일 만에 경찰 수천 명이 캠퍼스에 진입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700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과 경찰이 다쳤다.

반유대주의 누르는 총장에 반발 커져

“하버드대, 예일대가 텐트촌 됐다”...미 명문대 친팔 시위 확산 [디브리핑]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 하마스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동안, 경찰은 콜롬비아 대학교 인근의 미누슈 샤피크 컬럼비아 대학교 총장의 거주지 밖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컬럼비아대가 불을 지피긴 했지만 예일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뉴욕대 등 아이비리그 유명 대학으로 확산됐다. 컬럼비아대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 100여명이 먼저 경찰에 연행됐고, 이들과 연대한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줄줄이 경찰에 끌려갔다.

특히 학생들은 반유대주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대학 총장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를 좌시하지 말라’는 공화당 의원들의 질책을 듣고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구호인 ‘강에서 바다까지’도 위험하다고 발언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샤피크 총장이 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는 총장 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샤피크에 대해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하버드대 총장은 반유대주의 대응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공화당과 대학 기부자들한테 압력을 받아 사임했고, 펜실베이니아대 총장도 같은 이유로 물러났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무정부 상태가 캠퍼스를 휩쓸었다’면서 샤피크 총장에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주목…갈등 더 커질 듯

“하버드대, 예일대가 텐트촌 됐다”...미 명문대 친팔 시위 확산 [디브리핑]
23일(현지시간) 미국 컬롬비아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캠퍼스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지자 정치권에서도 대학가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시위가 반유대주의의 일환이라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컬럼비아대가 시위로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지금 컬럼비아대가 문을 닫고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며 “컬럼비아대가 힘을 좀 얻고 용기를 내서 학교를 계속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도 같은 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한편 컬럼비아대는 24일 새벽(현지시간)까지 캠퍼스 내에 설치된 텐트 철거를 예고해서 추후 갈등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경찰이 대학 캠퍼스로 진입해 시위 학생들을 체포·연행하는 상황에서 텐트마저 강제로 철거할 경우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WP는 캠퍼스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경찰을 소환한 컬럼비아대 총장을 비판하며 “경찰을 불러 항의하는 학생들을 정지시키려는 움직임은 학생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