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다른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은 다 오르는데 내가 가진 테슬라만 ‘마이너스’ 찍네요. 난 지금까지 -22% 찍었는데, 다른 형들은 몇 퍼센트?” (23일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테슬라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테슬라에 투자한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테슬라 주식에 직접 투자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테슬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까지도 손실 위기에 직면하면서 문제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문제는 미국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테슬라 주가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2주 신저가’ 테슬라…작년 7월 고점 대비 ‘반토막’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40% 내린 142.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한때는 전 거래일보다 5.6% 내린 138.80달러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낙폭은 약 43%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장중 기록했던 최고가(299.29달러) 대비 22일(현지시간) 기록한 장중 52주 신저가(138.80달러)까지 주가 하락률은 53.62%에 이른다. ‘반토막’ 이상으로 주가가 쪼그라든 셈이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524억달러(약 623조86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미 상장기업 시총 순위에서 월마트와 엑손모빌, 유나이티드헬스에 이은 15위로 추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에는 테슬라가 지난 주말 단행한 가격 인하 방침이 영향을 줬다. 테슬라는 지난 20일 미국 시장에서 주력 모델 3종의 판매 가격을 2000달러(약 276만원)씩 낮춘 데 이어 21일에는 중국에서도 모든 모델 판매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70만원)씩 인하했다.
중국 매체 증권시보는 테슬라가 이달 초 모델Y 가격을 5000위안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리자 다시 방침을 바꿨다고 지적하면서 “글로벌 신에너지차 경쟁 속에 인상 언급 한 달도 안 돼 테슬라는 버틸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테슬라가 1분기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인 탓에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내릴수록 이익률은 떨어지게 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이날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중국 사업이 “이제 손익분기점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ELS, 원금손실 구간까지 근접
테슬라의 주가 부진 탓에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성 역시 가파른 속도로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은 테슬라다. 총 89억7452만달러(12조4000억원)다.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순매수 금액은 6억2834만달러(8600억원)로 전체 해외주식 중 3번째로 많은 규모다.
테슬라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ELS를 통해 투자한 사람들도 ‘녹인(Knock-in, 원금손실 구간)’ 불안에 떨고 있는 형편이다. 테슬라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7월 이후 발행된 테슬라의 ELS 미상환 잔액은 약 1조1300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통상적으로 ELS는 3~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역시 연(年) 20%대 이상의 높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기초자산인 테슬라 주가가 계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조기상환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 ELS의 녹인 가격은 대체로 최초 발행가격의 30~50% 수준이다. 지난해 최고점 대비 22일(현지시간) 최저점 주가 하락률이 50%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에서 테슬라 ELS의 원금손실 발생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Q ‘어닝 쇼크’ 전망…美 월가 투자의견·목표가 줄하향
문제는 향후 테슬라 주가에 대한 미 월가의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중국 사업 악화 등의 영향으로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0% 급감하고 매출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2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가에 이미 ‘어닝 쇼크’에 대한 가능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달 초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인도량(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8.5% 하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4일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세계 사업장 인력에 대해 10% 이상 감원에 착수했다.
미 증권사와 투자은행(IB)들도 일제히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 중이다. 도이체방크의 엠마뉘엘 로스너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목표주가 역시 기존 189달러에서 123달러로 낮췄다.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125달러에서 120달러로 하향했다. 이달 초에는 JP모간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130달러에서 115달러로 내리기도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테슬라에 대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컨센서스는 ‘중립(Hold)’이다. 총 53명의 애널리스트 중 절반에 가까운 25명이 ‘중립’ 의견을 냈고, ‘매도(Sell)’와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도 각각 9명, 1명에 이르렀다. 다만, ‘매수(Buy)’와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도 각각 12명, 6명이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1분기 판매량 쇼크로 인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판매량과 실적보다는 완전자율주행(FSD) 구독자 수가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