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저는 사실 사회 문제에 제 의견을 내본 경험이 없습니다. 먹고 살기 바빴으니까요. … 그치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나같은 사람의 삶도 반영되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서울에 사는 60대 황선자 씨는 19일 요양보호사 자격증 학원을 빠졌다. 대신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으로 향했다. 황씨는 기후위기에 대해 적어뒀던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황씨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을 느낀다. 36년 간 살아온 집도 매년 달라진다”며 “가끔은 집이 오래 돼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거나, 외벽이 무너질까봐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뭔가 할만한 그럴 만큼의 여유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기후위기와 삶을 연결하는 고민을 이번에 처음 해봤다. 기후위기 헌법소원이 이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선자 씨의 이야기는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들은 오는 7월 31일까지 약 4개월 간 전국 곳곳 다양한 이들의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담은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단체다. 약 4년이 지난 오는 23일 첫 번째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헌법소원은 국민의 삶의 최소한의 안전 수준을 올릴 수 있는 모두의 소송”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는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기관 등이 의견서를 제출한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사건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의견서도 사건 기록에 첨부하고, 모든 사건 기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정을 내린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며 “정부가 국민이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말할 때 어려운 법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누구나 자신이 기후위기의 당사자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소년기후행동의 집회에는 50여 명이 참가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촉구했다.
울산에서 온 초등학교 6학년 윤준영 학생은 “빙하가 계속 녹아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울산이 물에 잠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종종 불안했다”며 “초등학생 한 명이라도 시위에 참여한다면 한 명 한 명이 모여 나중에는 10만 명씩 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의견서를 함께 기획한 윤현정 씨는 “국민참여의견서를 통해 권위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말도 실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민참여의견서에 참가자들도 스스로의 말로 변화를 만들었다는 효능감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