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한 마음’, ‘바뀔 수 있는 것’ 등 담겨

협의체 등 통해 ‘열린 대화’ 시사

의료개혁 논의 제자리걸음 타개 의지

민주당 “전공의 만나자는 尹, 대화 노력 선행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료개혁과 관련한 입장을 약 50분에 걸쳐 전했다. 전일 밤에 전격적으로 결정될 정도로 이번 대국민담화는 급박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회의, 민생토론회 등을 포함해 여러 자리에서 의료개혁 당위성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보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분명하게 메세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부에서 의료계와 대화를 제의했으나, 의료계가 ‘2000명 백지화’를 고수하며 논의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도 영향을 줬다. 윤 대통령이 읽은 원고지 122장 분량의 담화문 대부분이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할애됐다. 이번 담화문도 ‘강경대응’보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후문이다.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 ‘송구’라는 단어를 썼다. 이런 단어가 나온건 의정 갈등이 표면화된 뒤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담화문을 읽기 전에도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 또한 이같은 의중을 드러난 대목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대규모 증원 근거를 각 지역, 해외사례 등을 숫자로 들며 나열하는 등 정면돌파 하면서도 ‘2000명’에 대해서는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돼 의료개혁 논의가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사회적 협의체 구성뿐 아니라 정부안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또한 이번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했다는데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저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이미 제안한 바 있다”며 국민, 의료계, 정부 참여의 사회적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다만 올해 배정이 끝난 인원에 대해서는 큰 폭의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각 대학별로 의대 증원에 따른 준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향후 협의안에 이런 점을 고려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또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증원을 반대하면서 할 게 아니라 제가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해달라”면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