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까지 2시간…마음먹으면 가족·지인 만나
홍콩 내 부족한 요양시설, 제한된 토지도 원인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이 홍콩 은퇴자들의 노후 거주지로 각광받고 있다. 홍콩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더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는데다, 가까운 곳은 홍콩까지 육로로 1~2시간이면 갈 수 있어서다.
중국 타이핑보험그룹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의 한 실버타운이 지난 1월 처음으로 홍콩 거주자를 받아들인 이후 이 지역 실버 타운에 입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실버타운 헬핑핸드의 경우 2022년 대비 문의가 2배 이상 늘었고 자오칭실버타운은 홍콩 출신 입주자가 현재 95명에서 연말까지 11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진은 늘어나는 홍콩 은퇴자를 받기 위해 수용 능력을 30% 늘릴 예정이다.
자오칭실버타운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레이스 신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7000보를 걷고 서예와 노래방으로 시간을 보낸다면서 “홍콩은 집이 작고 사람이 북적이는 데 반해 이곳은 모든 것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공원이 내다보이고 욕실이 딸린 방의 경우 한달 약 5100위안(약 94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는 홍콩에서 내야 하는 비용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시설에는 체육관과 텃밭 등이 포함된다. 고속철도가 운행되기 때문에 홍콩 시내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홍콩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
광둥성 지역사회 단체인 신계사회협회(New Territories Association of Societies)는 홍콩 노년층을 대상으로 광둥성 실버타운을 둘러보고 하룻밤 숙박하는 체험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렁츠청 회장은 “참가자 대부분은 60대 초반으로 아직 젊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홍콩 은퇴자들이 중국 본토로 이주하는 것은 홍콩에는 노인을 위한 주거 및 요양 시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조금을 받는 주거 요양서비스를 대기하고 있는 명단이 1만6000명이 넘고 실제 입주까지는 16개월이 걸리는 형편이다.
문제는 홍콩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은퇴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20%에서 2026년 26%로 늘어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2046년이면 이 비율은 3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반랜드 연구소는 “홍콩은 노인 주택을 위해 마련된 특별 용지가 부족하며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청년층에게 판매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