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지급보증’ 규모 70조원 돌파에도

건설업 지급보증 규모는 1년 새 12%가량 줄어

“건설업계 경기 부진…위험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대출 문턱도 점차 상승…“자금조달 줄어들 가능성 커”

“어려울 때 우산먼저 뺏었나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들이 변제보증을 서는 건설업의 ‘지급보증’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수수료이익 증대 등을 이유로 전 산업의 보증 규모를 꾸준히 늘려온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서는 대출보다 심사 기준이 높은 지급보증의 특성상 업종 악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금융권서 선제적인 공급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은 건설업계에 대한 자금공급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 돈은 대신 안 갚아” 은행권, 건설업 지급보증 절반으로 ‘뚝’

“어려울 때 우산먼저 뺏었나

22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말 기준 이들 은행이 보유한 지급보증(확정+미확정지급보증) 잔액은 70조5614억원으로 전년(63조8401억원)과 비교해 6조7212억원(10.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보증은 금융사의 거래자가 거래 상대방에 부담하는 채무의 지급을 금융사가 보증하고, 대신 금융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부가서비스 계약을 뜻한다. 은행 지급보증은 통상 99% 이상이 기업을 상대로 이루어진다.

은행들의 지급보증 규모는 202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중 하나로 수수료이익 증진을 도모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2015년 말 기준 58조원을 넘어섰던 4대 은행의 지급보증 잔액은 2020년 46조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2021년 6조752억원(13.3%) ▷2022년 12조1976억원(23.6%) ▷2023년 6조7212억원(10.5%) 등 평균 10조원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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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주목할 점은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지급보증이 늘어나는 데 반해, 건설업에서만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4대 은행의 건설업 대상 지급보증 잔액은 2023년 말 기준 2조6785억원으로 전년 말(3조571억원)과 비교해 3785억원(12.4%)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건설업 지급보증 잔액은 2021년 말 1조1586억원에서 2023년 말 5418억원으로 2년 새 반토막으로 줄었다.

이는 건설업황 악화가 지급보증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통상 지급보증은 대기업 등 우량 기업을 위주로 시행된다. 변제 위험이 있는 만큼, 일반 기업대출보다 심사 기준을 높게 설정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회사별로 사정이 다를 수는 있지만, 건설업계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실제 부실을 짐작하고 거래 규모를 줄였다기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 대출의 위험도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의 ‘2023년 경영실적자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평균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기준 0.445%로 전년(0.263%)과 비교해 0.182%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4%에서 0.79%로 두 배 이상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업 대출 증가세도 둔화…자금조달 사정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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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4대 은행이 취급한 건설업 대출 규모는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4대 은행의 건설업 대출채권 잔액은 18조3289억원으로 전년 말(16조6468억원)과 비교해 9.17%(1조6821억원) 증가했다. 주요 은행들이 최근 기업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건설업계의 자금 수요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부문에서도 건설업계에 대한 문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건설업 대출은 2조5128억원(15.09%)의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올해 증가폭이 8306억원(33%)가량 줄어들며 증가세가 주춤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 상승폭이 2조원가량 늘어난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비은행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4분기 건설업 대출금은 103조2991억원으로 3분기(104조924억원)과 비교해 감소세를 기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2.9%까지 떨어져 2015년 3분기(0.5%) 이후 8년 3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

“어려울 때 우산먼저 뺏었나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이렇듯 금융권이 특정 업종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향후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기본적으로 은행들은 이전부터 건설업종 자체를 ‘위험 업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으로 애초 비중이 작았던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종의 재무위험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달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 및 부동산업 기업에 대한 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 비용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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