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前 천호지구대장 서종선 경감 인터뷰
조건만남 흉기강도 사건 2시간 만에 검거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말 추운 날의 새벽이었는데 CCTV를 확인해 보니 민소매만 입고 도망을 가더라고요. 느낌이 왔죠, 애들이구나. 집에 가면 있겠구나.”
영하 12도의 강추위를 기록하던 지난 1월 22일 서울 강동구 천호지구대에는 ‘모텔에서 사람이 찔렸다, 칼에 찔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모텔 입구부터 피가 묻어 있었다. 피의자들은 도주했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서종선 전 천호지구대장(경감)은 ‘조건만남 흉기강도’라는 촉이 왔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성인 남성이었지만, CCTV에 찍힌 피의자들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어린 남녀 3명이었기 때문이다.
서 경감은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이탈한 피의자들을 잡기 위해 관제센터와 CCTV로 이동하는 동선 파악에 주력했다. 동시에 사건 발생 전날 해당 모텔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직원들에게 해당 피의자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목격자와 모텔 업주 등의 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과 동일인임을 파악했다. 바로 인근 아파트로 직원들과 출동했다.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조건만남을 핑계로 흉기강도 행각을 벌인 남녀 3명을 검거한 순간이었다.
“전날도 동일 장소에서는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신고는 ‘학생들끼리 선후배 간 싸움이 있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도 이상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모텔 CCTV를 봤는데, 피의자인 미성년자 남녀 3명이 정말 추운 날씨임에도 급하게 민소매를 입고 외투도 두고 도망가더라고요. ‘아 얘들이구나’ 싶었어요. 바로 전날 확보해둔 인적사항 속 아파트를 찾아가니 학생들이 자고 있더라고요. 바로 경찰서로 넘겼습니다.”
빠른 검거에는 항상 전날 있었던 사건을 캐치하는 습관이 도움이 됐다. 서 경감은 “오늘 벌어진 일에만 집중하면 피의자들을 잡기가 어렵다”라며 “‘어제 이런 사건이 있었네’ 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면 (동료)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직원들도 자기팀 근무 내용이 아니더라도 내용 공유를 잘해줘서 빠르게 검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 경감은 피의자들 모습을 보고 ‘조건만남’이라는 촉이 왔다고 했다. 여성가족부·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및 추세 분석’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청소년 성매매 강요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18.3세. 2014년 이후 19~20.3세였던 강요 가해자 나이대가 18.3세까지 낮아졌다. 또 미성년자 성매매 가해자(매수자)는 보통 ‘사무관리직에 종사하는 35.3세의 남성’으로 나타났다.
천호지구대의 팀워크도 도움이 됐다. 서 경감은 “그날은 직원들이 다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초동수사로 그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조금만 더 나서본게 신속한 검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건을 오래 끌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자는 마음을 모든 직원과 공유했습니다. ‘좀 더 현장에 빨리 가서 확인할 걸’하고 후회하지 말자는게 당시 천호지구대 직원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서 사건을 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