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 “또 1000억원대 적자라니”
지난해에도 완전 망했다. 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까지 꼽혔던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까지 몰렸다. 지난해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 절감을 위해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줄이고,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예능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797억원, 연간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1217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2년 동안 누적 적자액만 2000억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이대로는 버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넷플릭스가 한해 20편이 넘는 오리지널 국내 드라마와 영화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 콘텐츠만으로는 이용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적자가 크게 불어나면서 올해 예정된 오리지널 드라마도 전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OTT가 오리지널 드라마 ‘O건’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일이다.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 폭등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면서 드라마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작년에도 ‘박하경 여행기’와 ‘거래’ 등 오리지널 드라마 단 2편만 선보였다. 웨이브의 올해 신규 콘텐츠도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예능에 집중돼 있다.
이미 토종 1위자리도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빼앗긴 상태다. 500만명 수준이였던 월 이용자수가 40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SBS·MBC)가 손잡고 설립한 OTT 플랫폼이다. 지상파 3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장소·시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다는 매력을 무기로 출시 후 꾸준히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시장 2위, 토종 OTT 중에선 선두를 오랜 시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뚜렷한 ‘킬러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며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 됐다. 지상파의 콘텐츠들이 OTT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도 주 요인이다.
웨이브는 생존을 위해 티빙과의 합병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해 12월 합병 추진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