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시험 통해 플랫폼 다양화·탄두 대형화 등 시도
탐지·요격 회피 국가 핵심시설·군 주요기지 타격시 위협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한반도 긴장과 군사적 위기를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순항미사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다섯 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월 24일 서해상에서 개발 중인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한 게 시작이었다.
이어 나흘만인 28일 동해상에서 새로 개발된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불화살-3-31형을 지상과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개발중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다시 이틀 뒤인 30일에는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은 ‘시험발사’가 아닌 ‘시험’이었다면서 해당 훈련으로 신속반격태세 검열과 전략적 타격능력 향상에 기여했다고 밝혀 화살-2형이 개발단계가 아닌 이미 일선부대에 실전배치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화살-2형이 지면과 가까운 높이에서 날아가는 사진을 공개하며 순항미사일로서의 저공비행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 서해상에서 또다시 수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초대형 전투부 위력 시험을 감행했다.
우리 군 탐지자산에는 기존보다 비행시간이나 비행거리가 짧게 포착됐는데,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탄두의 크기를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14일에는 동해상에서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시험을 실시했다.
바다수리-6형은 구소련이 1980년대 개발한 순항미사일 kh-35 ‘우란’을 역설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kh-35를 복제해 함대함 순항미사일로 개발해왔으며 2015년부터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
이번에 공개한 바다수리-6형은 함대함 순항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검수 사격시험이라고 밝히고,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서해함대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 지대함미사일 전진배치 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양산 및 배치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의 앞서 다섯 차례 순항미사일 발사는 지상과 수중으로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초대형탄두 개발, 기존 순항미사일 점검, 함대함의 지대함 개량 등 각기 다른 목적을 두고 진행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유독 순항미사일에 공을 들이는 것은 우선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량살상무기(WMD) 전용 가능성 등을 우려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 행위도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제재하고 있지만 순항미사일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비용이 싸며 개발과 발사준비 절차가 간단해 은폐와 기습에도 용이하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순항미사일은 원거리 표적 대량파괴를 위한 탄도미사일에 비해 느리고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낮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면서 요격을 회피 기동하며 근거리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이 가능해 한국군에게는 실질적 위협이 된다.
특히 북한의 최근 순항미사일의 발사 플랫폼이나 비행거리와 궤적 등을 볼 때 우리 군의 탐지와 요격을 회피해 국가 핵심시설이나 군 주요기지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불화살-3-31형 명칭에서 보여주듯 이미 공개된 전술핵탄두 ‘화산-31’ 탑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데다 역시 핵탄두를 염두에 둔 초대형 탄두 개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사회가 상대적으로 위협을 간과하고 있는 사이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한국에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