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형 기준 넘는 ‘징역 12년’ 전청조에 선고

남현희는 다음날 “사불범정”… 불기소 의견 가능성

법원 전청조에 ‘특정인 접근 거대한 범죄’ 언급

남현희 역시 피해자로 볼 여지… 피해 보전 쉽지 않을 수도

전청조 ‘중형’ 선고… 남현희는?[취재메타]
전청조(왼쪽)와 남현희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김용재 기자] 조단위 자산을 자랑하며 재벌 3세 혼외자 행세로 30억여원을 피해자들로부터 갈취한 ‘희대의 사기꾼’ 전청조가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관심은 전청조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는데 일조한 국가대표 펜싱선수 남현희씨에 대한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다. 남씨 수사를 맡은 경찰은 그간 ‘법원의 판단’을 참고해 남씨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해왔다. 법원은 전청조 1심 선고에서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 거대한 사기범행을 기획했다”고 했다. 법원이 칭한 ‘특정 유명인’이 남씨를 가리킨다면, 경찰 수사는 ‘불기소의견 검찰송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불기소·기소 의견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청조 ‘중형’ 선고… 남현희는?[취재메타]
국가대표 펜싱선수 남현희와 전청조[채널A 화면 캡처]

▶남현희, 인스타에 “사불범정”= 15일 남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불범정(邪不犯正)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함. 즉, 정의가 반드시 이김을 뜻하는 고사성어”이란 글을 게재했다. 씨는 또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을 뜻하는 고사성어”라고도 남겼다. 남씨는 또 국어사전에 ‘진실’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뒤 “거짓이 없는 사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참되고 변하지 아니하는 영원한 진리를 방편으로 베푸는 교의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남씨의 이같은 반응은 법원이 전청조에 대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에 대한 남씨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청조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양형 기준의 상한선인 징역 10년6개월보다 무거운 처벌이다. 검찰의 구형량은 15년이었다. 재판부는 또 전청조에 대한 ‘비판적 견지’를 유지하는 발언을 선고 전과 후 이어나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김병철 부장판사는 유명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형제’를 인용하면서 “가슴은 물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과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선고 전 언급했다. 소설 ‘형제’는 근대 중국의 암흑기로 평가되는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중 한명은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을 속여 팔기위해 남자인 자신의 가슴에 보형물을 집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전청조가 남씨와의 교제를 위해 가슴 절제 수술을 감행했던 사안을 대비한 장면으로 해석된다.

전청조 ‘중형’ 선고… 남현희는?[취재메타]

▶재판부 “전청조, 일상이 사기”=김 부장판사는 또 전청조에 대해 설명하며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수차례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앞서 말씀드린 소설(위화의 형제) 속 인물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했다. 선하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한 것이다. 먹고 살아 남는다는 기본적 욕구 앞에 무릎 꿇은것 뿐”이라며 “그런데 전청조는 일상이 사기였다는 본인의 재판 중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청조는 본인의 범행들을 돌아보고 피고인들이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면에서 전청조는 울먹이는 소리가 커졌고, 징역 12년을 선고한다는 판사의 말이 떨어지자 격한 음성으로 울부 짖어 재판장의 말이 법정내에서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청조와의 과거 연인관계였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씨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했다. 그는 “피고인 전청조는 수많은 사기범행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 커녕 더 많은 돈을 편취하기 위해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해 거대한 사기범행을 기획했다”며 “어떤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학생을 상대로 하는 심리상담 회사를 차리려 했다. 우리 인간들의 인지능력은 불완전하기 그지 없다. 제어되기 어려운 탐욕이나 물욕과 결합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고 언급했다.

전청조 ‘중형’ 선고… 남현희는?[취재메타]
전청조 [연합]

▶경찰 ‘공판 보면서 판단’= 남씨의 공범 사건을 수사중인 송파경찰서 등 경찰은 그간 전청조의 공판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설명을 해왔다. 전청조와 함께 재판을 받은 경호팀장 이모씨와의 관계 및 남씨와의 공범 여부 역시 전청조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보다 소상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경찰은 또 남씨와 전청조와의 수차례 대질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청조의 진술과 남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 등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다.

남씨측은 그동안 ‘전청조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주장을 견지해왔고, 전청조는 ‘남현희도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전청조는 남씨가 자신이 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로 위장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범죄 수익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금 대부분이 남씨에게 건네져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돈이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청조는 옥중에서 책을 써서 그 수익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겠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전청조는) 유명인과 관련된 본인의 말이 그 유명인에게 유리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게 거론되니까 (의미가) 명백한 말에 대해서도 부인하면서 그 뜻을 뒤집으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모습을 보면 유명인을 사랑했고 범행을 진실하게 반성한다는 (전청조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 들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청조 ‘중형’ 선고… 남현희는?[취재메타]
전청조(왼쪽)와 그의 부친 전창수씨. [채널A·JTBC 캡처]

▶피해 변제 어떻게?= 법원의 1심 판단 및 그간의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으로 추정하면 남씨에 대해서는 ‘불기소의견 검찰송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1심 재판부가 일단 ‘전청조의 사기’ 사건으로 이번 사건을 잠정 규정했고, 남씨는 자신이 전청조로부터 받은 벤틀리 차량 및 고가의 선물들에 대해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 문제는 남씨를 고소장에 적시해 고소한 피해자들은 남씨가 기소되지 않을 경우 피해 받기가 보다 까다로워 진다는 점이다.

경찰은 남씨가 경찰에 제출한 물품 등을 모두 몰수 보전 했다. 몰수된 물건은 공매 처분된 다음 피해자 변제에 우선 사용된다. 남씨가 제추한 벤틀리 차량 역시 공매 절차를 거쳐 피해 금액 변제에 사용된다. 차량을 공매 처분한 뒤 형사 재판이 끝나고 나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다만 변제 시기와 방식 등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검찰에서 판단할 전망이다. 문제는 공매를 통해 회수할 피해금은 전체 피해액수 30억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심 선고를 맡은 재판부는 “피해액이 30여억원이 넘지만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피해액을 변제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전청조 역시 “지금은 돈이 없어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투자 사기의 경우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이 범행에 필요한 제반 여건 조성에 사용된다는 점 때문에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다수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전청조의 경우 한달 렌트비가 3500만원에 이르는 ‘시그니엘’에 석달 동안 머물렀고, 이외에도 경호원들에 대해서도 시세보다 한참 높은 월급 1500만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변인과 지인들에 명품 선물을 주기도 하면서 투자금 상당 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자금은 남씨 친척의 전세금 명목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남씨 수사 상황에 대한 질문에 “기소·불기소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수사팀에서 결정을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며 “그간 의견들을 모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고 가급적 빨리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최근 “계속 수사 중인데 조만간 종결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