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자동차 출시 땐 웃음거리

디자인·배터리 혁신 성공

UBS 보고서 “BYD 부품 75% 자체생산…비용 절감”

업계 웃음거리 中 BYD는 어떻게 ‘테슬라 킬러’가 됐나[디브리핑]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자동차 대리점 슈테르나우토에서 열린 비야디(BYD) 매장 오픈식에서 전시된 BYD 전기차의 운전대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세계 전기차 1위 자리를 놓고 테슬라와 가격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한 비야디는 2007년 첫 전기차를 선보였을 때만해도 조악한 기술 때문에 업계의 비웃음을 샀지만 이제는 테슬라를 압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의 전기 승용차 시장에도 이르면 3분기 진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12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95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한 비야디가 2007년 중국 광저우 자동차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선보였을 때만해도 업계의 비웃음을 샀다고 당시 참가자의 말을 빌어 전했다. 보라색으로 칠한 페인트며 맞지 않는 차량문 등을 보고 비야디의 잠재적 가능성을 예상한 업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14년 만인 지난해 4분기 비야디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52만6000대 판매하며 테슬라(48만4500대)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비야디는 헝가리와 멕시코 진출을 발표했으며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공개한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인도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비야디가 20.5%로 1위를 차지했다. 비야디는 전년보다 100만대 더 많은 288만대를 고객에게 인도해 58.3%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의 교통 큐레이터인 매트 앤더슨은 “비야디의 성장은 자동차 업계가 수십 년 동안 보여온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고 평가했다.

업계 웃음거리 中 BYD는 어떻게 ‘테슬라 킬러’가 됐나[디브리핑]
비야드(BYD) 로고. [로이터]

비야디는 지난 1995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해 2003년 중국 시안의 한 내연기관차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자동차 제조에 발을 들여놨다. 이어 전기차까지 진출했고 무엇보다도 워렌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2008년 약 2억3000만달러(약 3050억원)를 투자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야디 전기차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가 비야디의 전기 세단 모델 세단 씰(海豹, 하이바오)을 해체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야디는 부품의 75%를 자체 생산하며 미국 테슬라의 동급모델과 비교해 비용을 15% 낮췄다.

저가로 출시되는 비야디의 전기차도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비야디가 출시한 ‘시걸’(Seagull)의 가격은 1만1000달러(약 1400만원)로, 4만달러(약 5300만원)에 달하는 테슬라 ‘모델3’의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3’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비야디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디자인도 세계적 디자이너들을 영입하면서 보완에 성공했다. 비야디는 지난 2016년 아우디 수석디자이너 출신 볼프강 에거를 영입하면서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자동차 디자인에도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자인 보완과 더불어 자체 개발한 자동차 배터리도 비야디의 강점이 됐다. 지난 2020년 비야디가 발표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동일 공간에서도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어 에너지밀도가 개선됐고, 이는 곧 주행 거리를 향상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업계 웃음거리 中 BYD는 어떻게 ‘테슬라 킬러’가 됐나[디브리핑]
지난 8일 중국 장쑤(江蘇)성 동부 쑤저우(蘇州) 타이창(太昌)항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선박에 싣기 위해 대기 중인 BYD 전기차들이 쌓여 있는 모습. [AFP]

비야디의 부상에 세계 각국은 경계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중국 당국이 수년 동안 전기차 분야에 ‘불공정 보조금’을 제공했다면서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대상은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다. 이 같은 조사가 사실로 확인되면 상계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1월 회사 실적 발표에서 중국 전기차 수출 강세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무역 장벽이 확립되지 않으면 세계 대부분의 다른 기업들을 거의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업계에 따르면 비야디는 다음 달 전기 승용차 판매에 필요한 각종 인증을 받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세부 일정 조율에 들어가면서 올 상반기 국내에 전기 승용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버스가 국내 상용차 시장에 안착하자 일반 소비자로 한국 시장 공략 대상을 넓히려는 것이다. 첫 국내 출시 모델은 비야디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1호 모델이자 최다 판매 차량 소형~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 3’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