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탄탄한 성장세

증가하는 AMPC 혜택…성과지표 인정여부 두고 갈등

침체한 전기차 시장…“하반기 반등 시점 주목”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그 회사 ‘발칵’…직원들 자비 모아 시위까지, 속사정은? [난 누구, 여긴 어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서 직원들이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얼티엄셀즈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세계 시장 선도, 누적 수주잔고 1000조원….’

지난 몇 년간 ‘K-배터리’ 기업들에게 쏟아진 찬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가 주도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등에 업고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습니다. 이는 실적으로도 증명됩니다.

▶배터리 3사 최대 매출 경신·커지는 외형=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33조7455억원,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달성하며 역대급 실적을 냈습니다. 2020년 12월 공식 출범 이후 3년 만에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죠.

삼성SDI도 지난해 매출액 22조7083억원, 영업이익 1조63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지난해에도 12.8%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외형을 키우는데 성공했습니다.

SK온은 대규모 투자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액이 대폭 늘었습니다. 매출액 12조8972억원을 달성하며 2022년 대비 무려 69.3%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이들 회사는 성장에 기여한 임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주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87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삼성SDI는 연봉의 30~40% 수준의 성과급을 제공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전지사업 부문은 31%, 편광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생산하는 전자재료 부문은 40%, 본사의 경우 34%라는 높은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SK온은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직원들에게 격려금 형태로 연봉의 10%에 300만원을 더한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성과급 반토막, 시위까지, 왜?=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서는 역대 최대 매출액, 영업이익 달성 신기록에도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회사가 올해 성과급을 작년(870%) 절반 수준인 기본급의 362%로 책정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김동명 최고경영자(CEO) 사장과 경영진들은 지난 2일 타운홀 미팅을 열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김 사장은 “현행 성과급 산정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많은 고민을 통해 1분기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익명 창구로 시위에 나서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17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동참해 돈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일대를 돌며, 트럭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회사가 역대급 실적을 냈는데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직원들의 불만의 요지입니다. 직원 A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이익금을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했으나, 성과급 산정에선 제외했다”며 “한 마디로 성과급이 박살 났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인 IRA로 얻은 혜택을 성과지표에 반영하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그 회사 ‘발칵’…직원들 자비 모아 시위까지, 속사정은? [난 누구, 여긴 어디]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

▶‘뜨거운 감자’ AMPC 뭐길래?= 미국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현지 투자 기업에게 주겠다고 했습니다.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셀 제조 시 35달러(1㎾h 기준), 배터리 모듈 제조시 45달러(1㎾h 기준)를 지원 받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32억원 중에는 AMPC 6770억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전체 이익의 31%가 AMPC였던 셈입니다.

회사 측은 “AMPC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목표 수립 때부터 성과 지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를 반영하더라도 회사의 성과급은 목표 대비 달성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올해 성과급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 등과 합작공장 형태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완성차 업체는 “AMPC를 절반 나눠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마냥 성과급으로 뿌리기 어렵다는 설명이죠. 직원 성과급 대신 배당금을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꼽힙니다.

▶올 상반기도 어두운 전망, 반등은 언제=당장 전기차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움츠러드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2022년 대비 33.4%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1년에서 2022년 시장이 56.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 회사들의 위협도 매섭습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 BYD에 이어 시장 3위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였지만, 저가 공세에 밀려 순위가 뒤집힌 것입니다.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52.6%에 달했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3.6%에 그쳤습니다.

다른 배터리 회사들도 고민이 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삼성SDI는 아직 미국에서 본격적인 생산을 하지 않고 있어 AMPC가 지난해 반영되지 않았지만, 현재 짓고 있는 공장이 가동되면 앞으로는 이에 따른 AMPC 분배를 고민해야 합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개의 공장을, 제너럴모터스(GM)와 인디에니주 뉴칼라일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향후 이 공장들이 가동되면 AMPC는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스텔란티스와 짓는 1공장의 경우 당초 2025년 1분기 생산이 목표였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올해 성과급으로 전지사업부문 32%, 전자재료 18%, 본사 28%를 제공했습니다. 전지 사업과 본사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사업이 어려웠던 전자재료는 성과급이 대폭 삭감됐습니다. 향후 변동이 큰 AMPC로 인해 성과급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셈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그 회사 ‘발칵’…직원들 자비 모아 시위까지, 속사정은? [난 누구, 여긴 어디]
SK온 서산 공장. [SK온 제공]

AMPC를 받고 있지만 흑자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SK온 직원들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SK온은 당초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지난해 4분기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역대 최소 규모로 적자 폭을 줄였다는 점입니다. 최근 이석희 SK온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SK온은 지난 6일 열린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를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기로 다시 제시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여파와 배터리 판가 하락 등으로 당장 상반기에는 흑자전환이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상반기 업황 부진을 예측하고, 대비에 나섰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갈등과 성장 둔화를 ‘성장통’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의 탄소중립 기조와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얼리어답터 초기 수요 고갈, 고금리·고물가, 경기 위축에 따른 캐즘(새롭게 개발된 제품·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겪는 침체기)이 현실화하며 성장세가 둔화했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이 전망되며, 전기차 침투율이 낮은 북미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