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륜파출소 김민채 경장 인터뷰
한겨울 야외에 노출된 피해자
끝까지 곁을 지켜 진술 받아내
3시간만에 피의자 검거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여성 분이 옷가지가 벗겨진 채 누워있어요.” 지난달 19일 새벽, 서울시 종로구 명륜파출소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강력범죄 의심으로 최우선적으로 출동이 필요한 코드제로 상황. 새벽 근무를 서던 명륜파출소 1팀은 1분 만에 종로구 인근 주택가 현장에 도착했다.
주택가 골목길에 쓰러져 있던 여성은 장시간 추운 야외에 방치돼 있어 몸이 굳어있었다. 저체온증이 염려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바로 주변에는 기타가 놓여 있었다. 명륜파출소 김민채 경장은 인근 주택가에서 담요를 빌려 처치에 나섰다. 여성은 술까지 취해있어 쉽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다리를 계속 주무르면서 소방을 통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의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팔다리를 주무른지 2시간 30분. 여성은 의식을 완전히 차렸다. 진술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강력범죄 피해자였다.
같은 시각, 1팀은 분주했다. 김민채 경장이 피해자 진술을 듣는 사이 팀원들은 1시간 동안 근처 페쇄회로(CC)TV 20대를 분석하며 피의자의 인상착의를 식별했다. 팀장은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며 찾아나갔다. 피의자는 같은 학교 동아리 학생으로 좁혀졌다. 피의자의 자택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 순간 방 안에 있던 ‘기타’가 눈에 띄었다. 결정적인 연결고리. 피해자와 동선이 겹친다며 추궁을 이어갔고, 그제서야 피의자는 범행을 시인했다. 사건 발생 단 3시간 만에 피의자를 검거한 순간이다.
“일반 주취자 신고는 많이 들어오거든요. 보통 술에 만취해서 자는 분들은 옷가지를 벗어놓지 않아요. 신발 정도만 벗고 있죠. (피해자는) 외투도 없었어요. ‘분명히 범죄 피해자겠다’고 생각했죠.”
김 경장의 촉과 팀원들의 팀워크로 범인은 3시간 만에 검거될 수 있었다. 2022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유사강간 사건의 경우 범인 검거까지는 3개월 이내가 소요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전체 894건 중 325건(36.4%)의 사건이 그렇다. 반면 1일 이내 검거되는 사건의 비율은 113건(12.6%)에 불과하다.
빠른 검거에는 손발이 맞는 팀워크에도 비결이 숨겨져 있었다. 빛을 발한 건 김 경장의 촉이다. 김 경장은 “같은 여성이다 보니 여성 대상 범죄 현장에서 조금 더 민감하게, 세심한 증거를 포착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가 진술을 할 때도 더 어렵지 않게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검거를 위해 똘똘 뭉쳤던 파출소장 이청로 경감, 팀장 조윤식 경위, 팀원 양영광 경사·김건호 순경·이종진 순경에게 고맙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경찰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시민 곁에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