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생후 19일 된 신생아를 학대한 간호조무사에 대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병원장과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피 묻은 배냇저고리를 버리고 간호기록부를 위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병원 행정부장과 수간호사는 구속됐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장욱환 부장검사)는 증거위조,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모 산부인과 행정부장 A(56)씨와 수간호사 B(4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일 밝혔다. 아동학대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간호조무사 C(49)씨를 비롯해 병원장과 의사 등 병원 관계자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C씨는 2021년 2월 7일 신생아가 울고 보채자 CCTV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귀를 잡아당기고 비틀어 다치게 한 혐의로 이듬해 5월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재판에서 "학대가 아니라 목욕 시간에 면봉으로 태지(태아의 피부를 싸고 있는 물질)을 제거하다가 실수로 상처가 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피해 아동 부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3년간 병원 관계자들 전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주장해 왔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CCTV 영상 속 확인되는 간호기록부와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정황을 포착했다. 결국 2차례 병원을 압수수색한 끝에 사건 당시 A, B씨의 지휘에 따라 피 묻은 배냇저고리를 폐기하고 간호기록부를 위조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은 수간호사인 B씨가 C씨에게 "최악의 경우는 조직적 은폐 플러스 작당 모의한 거에 대해 수사를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그게 최악의 시나리오에요"라고 말한 대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 관계자들이 증인신문 직전 주요 증인들과 변호사 사무실에 동행해 말을 맞추기도 하는 등 위증을 했다"며 "병원장, 행정부장, 의사·수간호사, 간호조무사 순으로 범행 은폐 지시에 따라 범행이 이루어졌고,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조직의 특성 때문에 3년간 그 은폐 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동학대 재판에 병원 관계자의 증거위조, 의료법위반 혐의 사건을 병합해 재판에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다.
한편 문제의 병원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함께 운영하면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고가 있었다.
2022년 11월에는 생후 13일 된 아기가 처치대에서 떨어져 다치게 한 뒤 부모에게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알려 병원 관계자 3명이 과실치상과 모자보건법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금고 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4년에는 신생아가 화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 관계자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간호사 B씨는 두 차례 모두 관련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병원은 잇단 논란에도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