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ELS 판매 중단에)상당부분 공감” 공식 피력
농협 이어 하나銀도 ELS 판매 중단…국민銀 “검토중”
[헤럴드경제=홍승희·김광우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은행권이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할지 주목 받고 있다. 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 방침을 세우며 시중은행들이 모두 ‘릴레이 판매 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은 ELS 판매 전면 중단에 대해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홍콩H지수 편입 ELS만 판매 중단하고,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등은 여전히 판매 중인 상황이다.
전날에는 하나은행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홍콩H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금융시장의 잠재적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임을 고려한 결정이다. 하나은행은 상황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보장형의 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이미 중단했으며 현재로선 판매 재개 계획이 없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당장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올 1월부터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닛케이225지수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제2의 홍콩H지수 ELS 사태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우리은행도 닛케이225지수가 연동된 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 전면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의 ELS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데 따른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풋옵션 매도와 같은 파생상품 구조화 상품의 은행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풋옵션 매도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며 “개인적으로 (판매중단 지적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고위험 상품이라 하더라도 상품 구조가 단순한데 고위험인 것도 있고, 구조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다”면서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게 소비자 보호에 맞는 것인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앞서 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사태 당시 금융위는 파생상품이 내재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일정수준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율하고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하지만 공모펀드에 해당하는 ELS에서도 대규모 손실사태가 터지자,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방침을 어떻게 할지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