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뉴햄프셔 모두 승리한 공화당 후보는 처음
중도층 두터운 뉴햄프셔에서도 ‘이변’은 없어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공화당 경선에서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11%p 차로 승리하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뉴햄프셔 경선에서 유일한 도전자 니키 헤일리 전 대사의 ‘돌풍’을 잠재우며 완전한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평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비공식으로 치러진 민주당 뉴햄프셔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재선 도전의 첫 발을 내디뎠다.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에 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바이든 이름을 직접 써내는 방식으로 몰표를 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의 뉴햄프셔주가 공화당 경선에서 가장 먼저 당원투표를 시작한 1976년 이래 두 곳에서 모두 승리한 최초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FT 등 외신도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이렇게 이른 시점에 승리가 확실시 됐던 공화당 후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당내 충성층의 지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으며, 다른 곳의 경선에서도 계속 승기를 유지한다면 헤일리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질 예정이다.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 때도 고학력·보수 백인 유권자 표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했다. 사법리스크와 투표용지 삭제라는 각종 악재에도 ‘샤이 트럼프(숨은 지지층)’가 있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보수색이 짙은 아이오와와는 달리 뉴햄프셔는 중도층이 두텁고 무소속 유권자들도 투표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로 치러져 헤일리 전 대사측은 내심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이변’까지는 아니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43.5% 득표로 선전을 펼치면서 공화당 경선 레이스를 좀 더 끌고 갈 동력은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이오와에 이은 2연패에다 다음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개표 직후 “니키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이변을 일으키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표차를 확연히 줄이지 못하면 경선을 그만둬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일리측이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가 사퇴하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싸움에 써야 할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헤일리 측은 성명을 통해 “경선 레이스를 계속할 것”이라며 “나는 여러분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매일매일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번 경선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수십개 주에서의 경선이 남았다”며 “오늘 우리는 거의 절반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달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도 트럼프와 헤일리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헤일리는 두 번이나 이 곳 주지사를 지냈지만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선출직 공화당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언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자신의 경선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부통령이나 내각 자리를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